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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모드 서울에서 일어나고 있는 새로운 소식

INTERVIEW

사진에 옷을 입히는 남자 고초

  • 작성일2003.08.27
  • 조회수6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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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8일, 국내에서 유일한 사진 전문 미술관인 대림미술관에서 ‘다리를 도둑맞은 남자와 30개의 눈’ 패션 사진전 오프닝 행사가 있었다. 이 전시는 강영호, 구본창, 김보하, 김용호, 김중만, 조선희, 조세현 등 국내 사진작가 30명의 작품과 고초의 ‘옷을 입은 사진’으로 구성됐다. 고초의 ‘옷을 입은 사진’은 고초 본인이 기획하고 자신이 모델이 되어, 그의 친구인 미국의 사진가 낸 골딘이 촬영한 후, 장 콜로나, 아녜스 베, 안 드묄르메스터, 오시마르 베르솔라토, 마르틴 마르지엘라, 조세 레비 등 세계 유명 디자이너들에 의해 제작된 의상을 사진에 직접 바느질해 입힌 독특한 작품들이다. 이 작품들은 파리에서 이미 1996년에 전시되었으나 국내에는 처음 소개되는 작품들이다. 특정 브랜드만을 고집하지 않는다는 고초는 조세 레비 셔츠, 요지 야마모토 바지, 토드 구두, 알랭 미클리 안경을 착용하고 전시장에 들어섰다. Q: 이런 사진을 기획하게 된 계기는? A: 우리 주변의 모든 것을 반대로, 즉 고정관념을 뒤집어 보고 싶었다. 평면의 사진에 볼륨을 중요시 하지 않을 수 없는 의상을 결합시켜 본 것도 그런 맥락에서였다. (사진이라는 매체는 평면이지만 그 사진 속에 등장하는 모델은 오랜 기간의 운동을 통해 단련된 유난히 볼륨감 있는 육체미의 남성이며, 그런 근육질의 남성이, 쟝 콜로나의 몸에 착 달라붙는 연한 핑크빛 옷을 걸치고 있는 장면을 상상해보라 !) Q: 패션을 전문적으로 공부했나 ? A:학교에서 배운 것이 아니라 지방시와 이브 생 로랑 등의 디자이너 스튜디오에서 일하면서 배웠다. 나 스스로 옷을 만들지는 못하지만 디자이너의 작업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는 처음부터 끝까지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한다. Q: 당신 작품을 보면서 당신과 당신 친구 사진작가, 그리고 이 작업에 동참한 디자이너들의 유쾌한 웃음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A: 그렇게 느꼈다니 기쁘다. 사실 이 작업은 고통스러운 작업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 작업이 자신들의 의상을 웃음거리로 만들 수도 있다는 의구심에서인지 동참하기를 거부한 디자이너들도 있다. 기존 관념을 허물어 보자는 데 뜻을 같이 한 디자이너들과의 작업은 아닌 게 아니라 유쾌했다. Q: 당신의 작업은 “도발을 위한 도발”인가 혹은 “경계 허물기”인가 ? A: 둘 다 맞는다. 요즈음 패션은 너무도 막강해져서 세계를 지배하는 권력으로 군림한다. 루이 뷔통, 구찌 등 전세계적으로 판매망을 구축한 기업들은 패션을 다룬다고 보기는 어렵다. Q: 당신 생각에 패션업체의 이상적인 규모는 어느 정도 크기인가 ? A: 전세계로 거대한 판매망을 구축하지 않고, 프랑스면 프랑스 같이 하나의 국가 안에서 사업을 한다거나, 그렇지 않고, 범위를 넓힌다고 해도 유럽 대륙 정도로 한정된 범위에서 비즈니스를 할 경우라면 그 정도까지는 패션이라는 말을 사용할 수 있다고 본다. Q: 패션이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A: 유명브랜드들은 사람들에게 자기들이 만들어낸 트렌드를 따르도록 강요한다. 나는 값비싼 옷을 걸치면 그 옷을 입은 사람도 값진 사람이 된다고 믿는 속물주의에 대해 실컷 웃어주고 싶다. Q: 패션의 허구성을 어떻게 보여주는가? A: 전시된 사진들처럼 옷을 볼륨이 없는 평면에 입히거나, 다음 번 전시 기획에서처럼, 의자 위에 아무렇게나 벗어 놓은 옷을 보여줌으로써 모든 사람이 그토록 갈망하던 욕구가 어쩌면 한낱 옷감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식이다. 서양 미술사에 아름답고 젊은 미녀가 해골과 함께 등장하는 그림들이 있다. 아무리 아름다운 여인도 죽음을 피할 수 없는 것처럼, 아무리 아름다운 옷도 벗어놓으면 무의미한 헝겊으로 돌아간다. (고초는 프랑스 남부 휴양 도시 니스에 세계적 건축가 겐조의 설계로 몇 년 전에 세워진 아시아 미술관을 위해 레이 기와쿠보, 요지 야마모토, 이세 미야케 등 일본이 낳은 세계적 디자이너들을 테마로 하는 전시회를 기획 중이다. 이 전시회는 뉴욕, 동경에서도 순차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Q: 사진 속 인물이 고초 자신인데 그 이유는?, 그리고 보디빌딩하는 모습만 보여주고 있는데… A: 디자이너들에게 스스로 사진을 선택하도록 했다. 원래는 많은 다양한 사진들이 있었는데 우연하게도 디자이너들은 내가 보디빌딩하는 사진에 옷을 입히고 싶어했다. Q: 한국에 와서 다른 곳에는 가보았나? A: 경복궁엘 다녀왔다. 다른 곳은 가볼 시간이 없어서 못갔다. Q: 낯선 도시에 도착한 당신에게 반나절 가량 자유 시간이 주어진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A: 그 곳의 거리를 돌아다니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그 사람들이 웃고 떠들고, 자동차 접촉 사고를 일으켜 목청껏 싸우는 모습 등을 바라보느라 바쁠 것 같다. Q: 적지 않은 수의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그럴 시간에 디자이너들의 매장을 방문하거나 박물관, 미술관을 찾아가라고 충고할 것 같은데… A: 거리에는 사람들의 삶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반면 박물관이나 미술관에는 살아있는 삶이 녹아 있지 않다. 사는 모습을 보는 것이 먼저고, 그 다음에 책이나 미술 작품을 보는 것이 맞는 순서라고 생각한다. Q: 고초의 방식은 누구에게나 추천할 만한 방식인가 ? 예를 들어 디자이너가 되기를 원하는 에스모드 학생들에게도 적합한가? A: 물론이다. 디자이너가 되려면 최대한 많은 것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 학생들이 되도록 많이 보고 모든 것에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그리고 많이 본 다음에는 본 것을 잊어야 한다. 창작이란 본래 그런 것이다. 제로 상태에서 창작을 해야 한다. 작업에 작업을 거쳐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Q: 고초의 전시회도 잊어야 하는가 ? A: (웃음) 고초는 크리스챤 디올, 꼼데갸르송을 비롯해 세계 최고의 명품 패션 브랜드의 광고 사진과 패션 사진, 디스플레이를 비롯해, 무대 디자인 등 우리 주변의 생활과 직접 관련된 예술 프리젠테이션의 창조적 작업을 하고 있다. * “다리를 도둑맞은 남자와 30개의 눈” 전시회 . 대림미술관 . 2003년 9월 7일까지 . 02-720-0667, www.daelimmuseum.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