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크리스티앙 라크르와와 배준성전>에서 만난 화가 배준성
- 작성일2003.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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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프랑스 출신 “패션의 귀재”, “색채의 연금술사” 크리스티앙 라크르와와 한국의 예향 광주 출신 화가 배준성이 만났다. 다락방에서 책을 읽으며 오래된 사진과 그림 보기를 즐긴 라크르와와 서양 고전주의 화가들의 화집을 뒤적이며 이국 문화의 낯설음에 느긋하게 빠져들기를 좋아하는 배준성의 만남은 유우머와 부조화, 키치(kitch)와 아이러니가 넘치는 독특한 세계를 보여준다. 특히 크리스찬 라크르와의 2002 s/s 오뜨 꾸뛰르 컬렉션 작품 9점이 함께 전시가 되어 관람객들의 호기심을 한층 북돋아준다. 대림미술관에서 11월 7일부터 열리고 있는 <크리스찬 라크르와와 배준성전 : “라크르와씨, 치마를 올려봐도 될까요?”> 전시회의 베르니사주에서 화가 배준성을 만났다. (일부 질문은 이-메일 대담을 통해 진행되었다.) - Esmod(이하 ‘E’) : 아직 전시장을 찾지 못한 학생들을 위해서 작업 방식을 소개해주세요. 사진은 직접 찍으시나요? - 배준성(이하 ‘배’) :제 작업은 간단히 말씀드리면 작품을 제작하는 제작자와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자와의 관계로부터 출발합니다. 일반적으로, 작품을 제작한다는 행위는 결국 작품 제작자, 즉 작가의 아이덴티티를 작품이라는 필드에 풀어 놓는 행위로 여겨집니다. 그러나 제작자 역시 자신의 작업이 진행되는 순간순간 자신의 작업에 지배를 받습니다. 이미 진행된 이미지에 의해 앞으로 진행될 이미지가 결정된다는 생각은 일반적인 기존 제작자의 논리를 파기시킵니다. 이처럼 제작자와 감상자가 한 몸이었다 두 몸이었다 하는 과정을 구체적인 드러낸 것이 제 작업입니다. 이러한 저의 작업은 사진과 그 위에 비닐 그리고 그 위에 유화나 아크릴 물감의 층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러니까 이미지들이 세 개 내지 네 개 층의 레이어들로 쌓이면 서 드러납니다. 맨 밑바닥의 레이어인 풍경사진은 전시를 위해 세계 곳곳을 방문할 때마다 찍어놓은 저의 방문 기록과도 같은 이미지들이고, 그 위의 인물 누드 사진 은 저의 주변에 있는 친구나 혹은 저의 작업에 관심 있는 모델들의 사진입니다. 그 리고 이 둘을 합성시켜 완성된 사진이미지는 그림을 그리기 위한 모티브로 작용합니다. 그러니까 합성된 사진을 보는 저는 관람객으로서 감상하고 평가한 후 옷이라는 저의 또 다른 페인팅 작업으로 이어집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완성된 저의 작 품이 일단 전시장에 걸리면, 저는 제작에 할애되었던 저의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올 라가면서 감상-평가하게 됩니다. - E : 얼핏 보면 만화 영화를 그리는 기법 같아 보이기도 하는데, 혹시 만화 영화를 좋아하시나요? - 배 : 만화 영화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그 기법과는 다르지요. 속이 들여다보이는 투명한 소재를 찾다 보니 비닐이나 플라스틱, 아크릴 같은 소재와 만나게 된 겁니다. - E : 입고 있던 옷을 벗은 누드 모델에게 그림을 통해 다시 옷을 입히는 복잡한 방식을 고집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 배 : 제 작업에서 중요한 부분 중의 하나는 익명의 대상--그 대상이 사람이 될 수도 풍경이 될 수도 있겠지요--에게 저의 그림 그리기 작업을 통해 구체적인 이름을 부여한다는 개념입니다. 옷을 입히는 작업은 그러므로 이름짓기에 해당하는 작업이지요. 상상속의 옷을 모델에게 입히는 대신 “과거”의 화가들에 의해 이미 가시화된 옷을 “지금, 여기에” 있는 주변 사람에게 입힙니다. 그러므로 저는 그림을 통해 중개인으로서 과거의 화가와 현재의 모델에게 작용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 E : 이전 전시회 때 본 작품의 모델에게는 17세기, 18세기에 활약한 다비드나 앵그르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옷을 입혔는데, 이번에는 생존한 디자이너 크리스티앙 라크르와가 제작한 실제 작품을 입혔습니다. 그림을 보고 그리기와 실제 옷을 보고 그릴 때 느껴지는 가장 큰 차이점은? - 배 : 화가들이 이미 그렸던 그림에 등장하는 옷들은 그냥 옷이 아닌 화가 개인이 만들어낸 이미지입니다. 예를 들어, 흰색 레이스가 목주변을 두르고 있는 벨벳의 드레스라고 단순히 설명될 수 없는 부분을 지니고 있다는 겁니다. 왜냐하면 같은 옷을 동시에 같은 장소에서 두 화가가 그렸을 경우일지라도, 각각의 취향에 의해 다른 이미지로 나타날수 밖에 없으니까요. 그림 속에 있는 옷들은 그것을 그린 화가의 해석을 담은 이미지라고 봅니다. 그리고 저는 이러한 해석을 따라가 보는, 일종의 탐정과도 같은 입장을 취하게 됩니다. 라크르와의 실물 옷 또한 이런 점에선 과거의 화집에 등장하는 옷들을 그리는 방식과 별반 차이는 없습니다.. 다만 제가 그리고 싶은 방향대로 마음껏 그릴 수 있다는 독특함은 있습니다. 실물 옷을 그리는데 시간이 훨씬 많이 걸리더군요. - E : 아무리 좋은 옷도 고객과 만나지 못하면 진가를 발휘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디자이너들은 팔리는 옷을 만들기 위해 고민을 해야 하는데, 화가 입장은 어떠신지요? - 배 : 화가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그러나 디자이너들이나 화가들이나 모두 일반 대중의 취향에만 맞추는 맞춤형의 옷이나 그림만을 제작해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일반인의 취향조차 기존의 전문가에 의해 파생된 문화적 소산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배준성의 작품은 스위스 바젤 아트페어에 출품되어 15점 이상 팔리는 개가를 이루었다. 국내 미술 시장보다 해외 미술 시장에서 먼저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그의 작품이 이번 전시회를 통해 국내 수집가들에게 어느 정도 어필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또한, 이번 전시회에 출품된 그의 작품들은 하와이와 뉴욕 순회 전시길에 오른다.) - E : 여러 관점에서의 "fusion"이 선생님 작품 전체를 관류하고 있습니다. 동양 모델과 서양 옷, 고전적인 작품과 현대적인 배경. 사진과 회화, 옷 등 쟝르의 fusion 등. "Fusion" 을 트렌드라고 보십니까? 혹은 컨셉이라고 보십니까? - 배 : 그것은 제가 판단할 것이 아니라고 봅니다 - E : 전시된 작품들 중에서 일부 작품은 들춰볼 수 없도록 되어있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 배 : 전시된 작품은 가시적인 작품으로서의 용도와 소장 가능한, 그러니까 상품으로서의 용도를 동시에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 크리스찬 라크르와 & 배준성 전 : “라크르와씨, 치마를 올려봐도 될까요?” 대림미술관 / 2003.11.7.- 2004.1.18./ 02-720-066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