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란제리의 디바 샹탈 토마스와 함께한 나흘
- 작성일2003.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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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7일~30일까지 졸업작품 심사위원으로 초빙되어 에스모드 서울을 방문한 세계적 디자이너 샹탈 토마스는 란제리 뿐 아니라 이제 향수, 스타킹, 홈데코 등 여러 분야로 그 디자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한국 방문이 처음인 샹탈 토마스는 란제리 심사와 졸업쇼 참석 이외에도 틈틈이 석주선 박물관, 인사동, 동대문, 갤러리아 백화점 등을 둘러보았으며 인사동에서는 한지를, 동대문에서는 한국적인 액세서리를 다량(?)으로 구입하기도 했다. 우리는 그녀에게 궁금한 게 많았다. 어떻게 란제리를 하게 됐는지,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는지, 에스모드 서울 학생들 작품은 어떻게 보았는지 등등… 그녀에게 던져진 많은 질문들과 그 답변들을 들어보자. Q: 에스모드 서울을 방문하게 된 계기는? A: 20년 전부터 에스모드 파리 졸업작품 심사위원으로 지속적 관계를 맺으면서 에스모드 서울이 좋은 학교란 소릴 많이 들었다. 이곳 심사위원으로 초빙을 받고 서울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더불어 유럽 문화를 전해주는 동시에 한국 문화도 배우고 싶었다. 또한 학생들은 마케팅적(판매)인 요소를 고려하지 않으므로 작품이 신선하여 보는 것이 즐겁다. 서울 졸업쇼를 보니, 남성복과 란제리 작품들이 창의적이고 완성도가 높아 기대에 어긋나지 않았다. Q: 란제리 심사를 하셨는데… A: 학생들 아이디어가 훌륭했다. 모든 학생들의 테마가 다양하게 잘 찾아졌다. 그러나 너무 많은 디자인과 디테일을 보여준 경우도 있었다. 란제리 디자인은 소비자의 욕구와 대량생산이 가능한지를 고려해야 하며 취업한 후에는 기업이 추구하는 이미지에 맞는 디자인과 가격대를 생각하여 디자인해야 한다. Q: 어느 작품에 샹탈토마스상을 주었나? A: ‘Camellia(동백)’라는 주제로 작업을 한 정난희 학생 작품을 선정했다. 정난희 학생 작품은 테마에 충실했고 완성도도 매우 뛰어났으며 수작업을 많이 한 아주 훌륭한 작품이었다. 또한 요즘의 트렌드인 바로크 스타일을 선택한 것도 좋았다. 그러나 란제리 제품은 세탁성과 오래입을 수 있는 소재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 이 점을 더 고려하여 작품을 한다면 더 훌륭한 작품이 나오리라 생각한다. Q: 란제리를 하게 된 계기는? A: 여성해방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되었던 60년대의 젊은 여성들은 남성적인 면을 추구해 브라를 착용하지 않았다. 그리고 당시에는 아주 고전적인 할머니들 속옷을 제외하고는 젊은이들을 위한 변변한 속옷이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70년대 초 기성복을 시작했고 70년대 말, 기성복 쇼 연출을 위해 몇 개씩 만들어보았던 란제리에 대한 반응이 의외로 대단해서 본격적으로 란제리를 하게 되었다. 나는 섹시한 란제리를 디자인, 패션의 일부로 이끌어냈다. 또한 기성복 소재를 사용하여 매치시킴으로써 이너웨어도 되고 아웃웨어도 되는 란제리를 탄생시켰다. Q: 란제리와 기성복의 차이는? A: 란제리는 기술적인 면에서 테크닉 수준이 높아야 한다. 만들기 어렵다. 기성복에 비해 창조해나갈 부분이 적다. 그리고 기능성을 더 고려해야 한다. 란제리와 기성복은 상호보완적이며 란제리는 패션의 액세서리라고 본다. Q: 기성복보다 란제리 디자이너로서의 명성이 더 높은 이유는? A: 기성복보다 란제리에 주력을 했고 당시에는 란제리 디자이너가 없었으며 내가 란제리와 스타킹에 소위 “혁명”을 불러일으켰다. 란제리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오히려 성공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지나치게 전문적인 지식은 때로는 새로운 시도를 저해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나는 기성복에 란제리적인 요소를, 란제리에는 기성복적인 요소를 섞어 디자인을 했었는데 이게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80년대 초에 색을 파격적으로 사용하고 레이스를 사용한 새로운 스타킹을 선보였다. 제조업자들은 생산을 만류했었으나 6개월 후에 그 스타킹이 트렌드가 되었다. Q: 자신이 추구하는 이미지는? A: 여성성과 남성성이 혼합된 것을 좋아한다. 예를 들어 하이힐과 미니스커트를 입으면 상의는 남성셔츠로 매치하는 것이다. Q: 디자인할 때 어디에 중점을 두는가? A: 한 컬렉션 진행시 마케팅 담당과 함께 일하며 가격도 고려하여 디자인한다. 나중에 제작시에는 심플한 라인 20%, 섬세하고 복잡한 라인 30%, 과장되고 대담한 라인 20% 등의 구성비율로 제품을 구성한다. 그러나 맨 처음 디자인할 때는 자유롭게 한다. Q: 디자인 영감은 어디서 얻는가? A: 모든 것에서 얻는데, 오래된 것에서 영감을 많이 얻는다. 영화, 오래된 잡지, 전시회 등에서 그리고 소재전시회에 가서 소재를 보고 얻기도 하며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이 입은 옷에서도 영감을 받기도 한다. Q: 늘 같은 헤어스타일을 하는지? A: 오래 전에는 같지 않았다. 그러나 80년대 초 브랜드 로고를 만들면서 이 헤어스타일을 로고화하게 되었고 그 이후론 머리의 길이만 달라질 뿐 항상 이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고 나는 이 스타일이 나에게 맞는다고 생각한다. Q: 검정색을 좋아하나? A: 80년대에는 다른 색도 입었다. 그러나 점점 검정옷을 많이 입게 되었고 이제는 완전히 검정색만을 입는다. 다른색을 입어보려고 하다가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포기하게 된다. 휴가때 빨간 드레스를 입어보려고 사기도 하나 입게는 안된다. Q: 다른 브랜드 제품도 입는지? A: 란제리는 샹탈토마스만 입는다. 내 브랜드 제품만 입어보기에도 바쁘다. 그러나 아웃웨어는 샹탈토마스와 여러 브랜드를 매치해 입으며 특별히 선호하는 브랜드는 없다. 여행할 때마다 마음에 드는 옷을 많이 산다. Q: 지금의 란제리 시장에 대한 생각은? A: 점점 발전하고 있다. 브랜드도 많아졌고 학교들도 교육을 하게 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Q: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란제리 스타일은? A: 바로크 스타일의 럭셔리한 것을 선호하며 비치는 소재와 레이스를 좋아한다. Q: 한국인들이 란제리를 선택할 때 고려했으면 하는 점은? A: 란제리는 실루엣에 영향을 미치므로 자신을 잘 알고 몸에 맞는 것을 골라야 한다. 또한 자기 만족을 위한 선택을 해야한다. 더불어 남자에 대한 유혹의 도구이기도 하다는 점도 잊지 말길… (모두 웃음) 나흘밖에 머물지 않았는데도 샹탈 토마스는 우리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따스한 눈길과 정감어린 태도는 우리로 하여금 그녀가 떠나는 것을 아쉽게 했다. 한국에서 향수제품만 출시되어 스타킹 제품 에이전트를 찾고 있다는 그녀가 다시 한번 서울을 방문하기를 기대해본다. 또한 파리에 도착하는 날 저녁, 서울에서의 꽉짜인 일정과 열두시간의 비행기 여행 때문에 몹시 피곤했겠지만 6개월 전부터 표를 예매하고 기다려왔던 엘튼 존의 콘서트를 마음껏 즐겼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