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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모드 서울에서 일어나고 있는 새로운 소식

INTERVIEW

페클러스 파리의 안나 로뱅 : 현재를 읽으면 미래가 보인다.

  • 작성일2004.05.06
  • 조회수4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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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시즌에 유행할 색상이나 디자인을 미리 파악해서 정보지를 만들고 그 정보지를 관련업체들에게 판매하며, 컨설팅까지 겸해서 고객 회사의 매출 신장을 돕는 종류의 회사들이 있으며, 패션 정보회사가 바로 그런 일을 하는 곳이다. 프랑스가 낳은 세계적 패션 정보회사로, 벤츠 자동차를 생산하는 다이믈러-크라이슬러, 랑콤 화장품, 온워드 카시야마, 유통 체인 까르푸 등 거대 다국적 기업을 고객으로 가진 34년 전통의 페클러스 파리(Peclers Paris)의 해외 영업 담당 디렉터 안나 로뱅(Anna Robin)이 봄철 서울 출장길에 에스모드 서울을 방문했다.    

에스모드 : 페클러스의 고객은 주로 의류회사인가요?
안나 : 다양한 종류의 고객들이 있습니다. 정보지만을 구입하는 고객도 있고, 컨설팅을 원하는 고객도 있습니다.  프랑스 국내에서는 주로 컨설팅을 많이 하죠. 하지만 정보지를 만드는 일과 컨설팅 하는 일을 갈라서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정보지를 만든 스틸리스트들이 반드시 고객이 처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그 내용을 정보지에 반영시키는 피드백이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고객 중에 의류회사들이 많이 있지만, 자동차, 핸드폰, 화장품 회사 등도 중요한 고객입니다.  포스트잇을 만드는 3M도 고객입니다.

에스모드 : 형광색 포스트잇은 그러면 페클러스의 작품이군요?
안나 : 형광색조나 파스텔 색조 모두 우리 작품이지요.

에스모드 : 사회의 흐름을 파악하고 앞으로 전개될 추세를 예견하는 작업을 구체적으로는 어떻게 진행하는지 궁금합니다.  세계 곳곳에 유행 관측 사무소라도 두고 계신 가요? 
안나 : 다음 시즌 정보지를 기획하기에 앞서 우리는 직원 모두에게 과제를 줍니다.  정해진 날까지 다음 시즌을 예고하는 천이나 실, 어떤 물건이라도 좋으니 가지고와서 그 이유를 설명하게 하는 것이죠.  입사한 지 얼마 안 되는 직원들에게는 매우 당혹스러운 과제일수도 있지요.  흥미로운 점은 지극히 단순해 보이는 이 과제를 통해서 어떤 합의점에 도달하게 되며, 이렇게 해서 그 시즌의 테마가 결정된다는 점입니다. 트렌드란 결국 여러 사람의 마음이 같은 방향으로 가기 때문에 만들어지는 것이니까요.  에스모드 학생들과도 한번 시도해 보십시요.  흥미로운 결과가 나올 테니까요.

에스모드 : 농담입니다만, 우리말에는 “목소리가 큰 사람이 이긴다”는 말이 있는데, 혹시 테마와 색상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언변이 좋은 사람의 의견이 감각이 좋은 사람의 의견보다 우수하게 여겨지는 경우는 없을까요?  
안나 : 그런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또, 페클러스라는 회사의 기업 문화가 특정 인물을 부각시키는 “스타” 시스템을 배제하기 때문에 충분한 토의에 의해서 결정이 이루어지지요.  그렇지만, 디자이너들이 감지한 감각적인 것들을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하나의 컨셉으로 정리하고 책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사회학자의 개입이 필요합니다.  

에스모드 : 직원들의 대다수는 스틸리스트들인가요?
안나 : 그렇습니다.  약 60명 가량이 일하고 있는데, 거의 여자들입니다.  저같은 경우는 디자인이 아닌 마케팅을 전공했는데, 이 두 분야는 상호보완적입니다. 

에스모드 : 세계적으로 유명한 정보회사들이 여럿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안나 : 페클러스 외에 카를랭(Carlin), 프로모스틸(Promostyle), 넬리 로디(Nelly Rodi) 등이 전세계에 고객을 가지고 있는 권위있는 회사들이죠.

에스모드 : 모두 프랑스 회사인데,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 정말 모두 프랑스 회사들이군요.  영국에는 WGSN이 있고, 네덜랜드에는 트렌드 유니온이라는 유명한 회사가 있습니다만... 왜 그럴까는 그러고보니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네요.

에스모드 : 에스모드에도 앞으로 패션 정보회사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학생들이 많이 있을 텐데,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요?
안나 : 우선 국제적인 맥락에서 일해야 하므로 영어나 프랑스어 구사 능력은 필수적입니다. 패션에 대한 뛰어난 감각도 있어야 하고, 상황 판단력이 빨라야 하며 시키지 않아도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내서 성취하려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지나치게 나서는 것도 나쁘지만, 그렇다고 너무 내성적이어도 곤란하겠지요.  

에스모드 : 유행이 하도 빨리 변하다보니 나이 든 스틸리스트는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는 듯한 느낌이 드는데, 페클러스 직원들의 평균 연령은 몇 살 정도입니까?
안나 : 모든 연령대가 골고루 분포되어 있습니다.  그 덕분에 젊은 주니어 직원들이 시니어 직원들로부터 페클러스만이 지니고 있는 노하우와 분위기를 전수받을 수 있지요. 

안나는 트렌드 세미나와 고객 업체와의 미팅을 위해 일 년에 두 차례 서울을 방문할 때면 갤러리아나 현대백화점에 들려 새로 나온 브랜드, 사라져버린 브랜드들을 기록하고 점검한다.  가지가지 색깔의 한지를 잔뜩 살 수 있는 것도 서울 출장의 기쁨이다.  이번 출장길엔 안나가 아마도 유행색인 녹색 종이를 평소보다 많이 살 것 같은 예감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