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크리에이티브 모델리스트 쥬느비에브 당귀 교수 인터뷰
- 작성일2011.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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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7일부터 12월 1일까지 에스모드 서울 후원으로 <에스모드 파리 크리에이티브 모델리스트 초청 여성복 패턴 전문교육>이 개최되었다. 서울패션센터 주최로 열린 이번 입체 패턴 교육을 위해 에스모드 파리 크리에이티브 모델리스트 마스터 과정 쥬느비에브 당귀(Geneviève DANGUIS) 교수가 방한했다.
2010년 12월 9일자 한국섬유신문에 게재된 크리에이티브 모델리즘과 전문 모델리스트의 중요성에 대한 쥬느비에브 당귀 교수의 인터뷰 전문
디자이너의 스케치를 입을 수 있는 옷으로
모델리스트 쥬느비에브 당귀(Geneviève DANGUIS)
샤넬, 지방시, 웅가로부터 피에르 발맹, 프라다까지, 2차원의 디자인을 입체적인 옷으로 구현할 때 모델리스트 쥬느비에브 당귀의 손을 빌렸다. 그는 유수의 오리지널 디자인을 갖고 패턴 이상의 패턴을 만들어냈고, ‘크리에이티브’ 모델리스트라는 이름에 걸 맞는 역량을 보여줬다.
“이번 강의는 옷의 기본이 되는 구조, 컨스트럭션(construction)을 깊이 이해하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인체와 옷의 떨어짐을 이해하면 의상을 통한 더 많은 표현이 가능하게 되죠.”
모델리스트 쥬느비에브 당귀가 SBA 주최로 한국을 방문, 에스모드 서울에서 모델리즘 강좌를 진행했다. 프랑스나 일본 등 패션 선진국에 비해 패턴실의 비중이나 모델리스트의 직무가 확실하게 정립되지 않은 국내 현실에서 그의 방문은 기대 이상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한낱 상상화에 그칠 수 있는 디자인을 입을 수 있는 옷으로 구성해내는 것이 모델리스트의 일이다. 해외에서는 모델리스트의 역할이 일찍부터 강조되어 메종 전속 뿐만 아니라 컬렉션 기간 중 많은 수요를 해결할 시즌별 모델리스트들이 활동하고 있다. 쥬느비에브 당귀는 1990년 전문 모델리스트의 필요성을 깨닫고 모델리즘 아틀리에를 설립해 10년간 운영하기도 했다. 셀린, 까사렐, 질스 로저스, 랑방이 주요 클라이언트 리스트에 올라 있었다.
“메종(브랜드 하우스)에 소속된 전속 모델리스트와, 컬렉션 준비기간 중 많은 수요가 필요할 때 시즌 별로 작업하는 모델리스트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전속의 경우 같은 디자이너들의 습관과 세계관을 이해하고 지속적으로 작업하기 때문에 안정감이 느껴지지만 때로 단조로움이 느껴지기도 하죠. 반면 다양한 메종과의 작업은 적응하는데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즐겁고 흥미진진하답니다. 모델리즘 아틀리에를 설립했던 이유도 그 때문이었지요.”
오랜 시간 작업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자산은 경험이다. 그는 지금 활동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아닌 브랜드 창립자 코코 샤넬, 위베르 드 지방시, 엠마누엘 웅가로의 패턴실에 근무하며 손을 맞춰 작업한 화려한 이력을 갖고 있다. “카스텔 바작은 연구파로 새로운 것을 찾으려는 열정이 대단했고, 웅가로는 테일러드에 대해 일가견이 있어 모델리즘을 깊이 있게 연구할 기회가 됐다”고 한다. 그들과의 추억과 일화를 묻자면 끝이 없을 것 같다.
가장 기억에 남는 컬렉션은 카스텔 바작의 오트쿠튀르 작업. 프레타포르테만을 진행하다가 오트쿠튀르를 처음 시작한 카스텔 바작의 컬렉션은 난감하면서도 즐거웠다.
“가장 근본적인 소재 구성부터 함께 고민했죠. 그러던 가운데 그의 어머니가 20~30년 전부터 소장하던 에르메스 스카프를 갖고 원피스를 만들게 됐습니다. 너무나 곱게 보관된 서른 장의 스카프를 보면서,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작품이라고 생각되는 스카프를 찢거나 잘라야 하는지 많은 고민을 했었죠. 결국 이어 붙여 원형을 보존하면서도 아름다운 한 벌의 원피스를 완성했답니다. 카스텔 바작 씨의 어머니에게 바치는 오마주와 같은 작품으로 아직도 남아있죠.”
오랜 시간 열정적으로 임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그는 모델리스트(modelist)라는 말이 ‘겸허하다’는 뜻의 ‘modeste’로 보이기도 한다며 말을 이었다.
“루브르 박물관 한 편에서 오래도록 크로키를 하고 있는 자그마한 노년의 여성을 보게 된다면 분명 제 모습일 거예요. 박물관의 전시물들은 물론 아트워크나 페인팅의 특별수업, 영화와 공연 모두가 제 작업의 토대가 되죠. 그만큼 미적 감각을 유지하는 훈련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자기 자신을 알고 자신감을 잃지 말아야 해요. 재능이 뛰어난 여러 분들과 작업할 때 타인의 감성과 디자인에 대한 호기심과 적응력도 중요하지만, 자기 자신에 대한 무게중심과 확신을 갖고 있어야합니다.”
모델리스트로서 일한지 수십 년이 지났음에도 열정은 조금도 빛바래지 않았다.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고객들의 바람에 맞춘 웨딩드레스를 작업하고 여배우 카트린 드뇌브의 스타일리스트를 맡고 있다. 소소한 작업을 진행하면서 앞으로는 모델리스트로서의 열정과 기술을 다른 이들에게 전달하려고 한다. “후배 모델리스트들에게 패턴 기술과 노하우를 전달하는, 모델리즘의 성화전달주자 같은 역할”이라며 미소짓는다.
“또 하나 바라는 것은 온 세상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과 작업해 보는 것입니다. 신참 시절부터 컬렉션 전체를 조망하는 모델리스트가 되어 다양한 재능을 가진 이들과 작업해보고 싶은 열망으로 가득했습니다. 열린 마음과 호기심, 열정을 갖고 더 많은 이들과 만나 새로운 작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한국섬유신문 김송이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