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PORT
또 한 분의 스승, 샹탈 토마스… 3개월간의 파리 연수를 마치고…
- 작성일2005.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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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월3일, 혼자 떠나는 나의 첫 여행.
졸업 작품 발표회에서 Chantal Thomass 상을 받았던 내게, 꿈처럼 주어졌던 프랑스 파리 Chantal Thomass 본사에서의 3개월 연수. 과연 앞으로 어떤 날들을 보내게 될 것인가…
걱정 반 기대 반으로 드디어 Chantal Thomass에 첫 출근한 날..
아담하지만 입구부터 Chantal Thomass만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디자인실 모습이었다. 투명한 플라스틱 서랍마다 원단들과 레이스, 부자재 등이 들어있었고, 옷걸이에는 Chantal Thomass 란제리 샘플들이, 벽에는 광고사진 컷들이 붙여져 있고, 디자인책과 잡지들이 가득한 책장이 있었다. 마케팅 부서, 모델리즘실, 아뜰리에까지 둘러본 후 디자인실로 돌아오니 샹탈 토마스 선생님이 반갑게 맞아주셨다.
첫 날, 내가 해야할 일은, “Chantal Thomass for Victoria’s Secret” line을 위한 스타일화 그리기 작업이었다. 처음에는 막연하고 막막했지만 디자인실에 있는 핀업 스타일의 책을 참고로 섹시한 포즈의 스타일화를 그렸더니 샹탈 토마스 선생님께서 칭찬해 주셨다. 기분 좋은 칭찬에도 불구하고 첫 날은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었고 앞으로의 3개월이 두려울 만큼 긴 하루였다.
그 다음날부터 2주 동안은 스타일화 작업과 잡지사진들을 스크랩하는 일을 하였고, 1월의 마지막 주에는 소재와 부자재 등을 정리했다. 레이스나 소재, 부자재들이 매우 예뻐서 정리하는 내내 지루한 줄 몰랐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1월 28일부터 31일까지 열렸던 세계 최대 란제리 전람회인 “Salon de la Lingerie”를 관람하며, 2005 F/W데필레를 위해 헬퍼일을 하였던 것인데, 백스테이지에서 모델들과 사진도 찍고 멋진 란제리를 맘껏 볼 수 있었던 매우 흥분되고 즐거운 경험이었다. 때마침 그 기간에 지금 내가 근무하고 있는 이랜드 에블린의 디자인 실장님과 다른 여러 회사 분들도 Salon de Lingerie 참관차 방문하셔서 반가운 해후를 하게 되었고 파리의 벼룩 시장에 가서 디자인 책을 구입하기도 했다. 2월초에는 스타킹과 브래지어, 그리고 수영복에 함께 입는 랩 스커트를 디자인했고, 2월 중반부터는 "Chantal Thomass for Victoria’s Secret" S/S line 을 디자인 해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도움이 된 것은, 아이디어를 잡고 디자인 전개, 실물 제작에 이르기까지 업무 프로세스 전체를 가까이서 보고 배울 수 있었다는 것이다. Chantal Thomass for Victoria’s Secret line은 담당 디자이너Anne Magali가 직접 디자인을 전개하며, 샹탈 토마스 선생님께 확인 받은 후 Victoria’s Secret 디자인 스튜디오와의 회의를 통해 최종 디자인을 정한다. 하나 하나 에스모드에서 배웠던 과정 그대로 일이 진행되었다. Chantal Thomass line은 매 회의 시간마다 모델에게 직접 입혀보면서 회의 진행을 하고, 품평회와는 조금 성격이 다른 "Show room"을 연다. 또한 한국 회사들과는 다르게 스틸리스트와 모델리스트가 구분되어 있었고 생산에 관계된 일은 거의 관여하지 않고 디자인 위주로 일을 한다. 또한 한국에서는 디자인 실장님이 라인을 정해 소재 개발을 시작했었는데, 이 곳에서는 각 디자이너가 처음부터 각자 line 을 정하고 소재개발을 하고 소재나 부자재의 믹싱까지 직접 한다. 디자인에 집중하는 시간이 많은 만큼 실력과 감각이 뛰어난 듯 하다. 정말 Chatal Thomass의 디자이너들에게서 많은 자극을 받았다. 나는 2월 한달동안 약 4개정도 line의 디자인 작업을 하였고 부띠끄 내의 디스플레이 교체 시 샹탈 토마스 선생님의 작업을 도왔다.
연수 마지막 달인 3월에는 프랑스 AIDS 홍보기관에서 Chantal Thomass 측에 의뢰한 티셔츠 디자인도 해보고, 레이스 도안을 디자인해 보았는데, Victoria’s Secret의 2006년 발렌타인데이를 위한 "casino line" 에 연결된 line으로 카드와 주사위 등을 모티브로 레이스 도안을 디자인하여 실제 샘플로 제작되기도 했다. 또한 나비,리본, 꽃과 주얼리, 란제리와 글씨, 웨딩 등을 주제로 한 2006 S/S 레이스 디자인도 매우 흥미로웠다.
처음에는 의사소통문제로 오히려 폐가 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이렇게 연수 기회를 주신 샹탈 토마스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내가 이런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3년 내내 나를 단련시켜주시고, 가르쳐 주시고, 느끼게 해주시고, 격려해 주셨던 에스모드 서울의 많은 스승님들과 더불어, 내 인생 또 한 분의 소중한 스승으로 기억될 것이다. 어느날 갑자기 이뤄진 것이 아닌, 항상 간절히 원했던 일들이 에스모드에서 공부하면서 조금씩 이룰 수 있었던 것 같다. 좋은 교수님들로부터 배울 수 있었고, 란제리를 전공하게 되면서 정말 내가 하고 싶었던 일들이 이루어진 것 같다.
에스모드 이사장님을 비롯한 교수님들께도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