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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MOD NEWS

에스모드 서울에서 일어나고 있는 새로운 소식

REPORT

“뜨겁고 쿨하게!” 1SEQ를 마치고

  • 작성일2007.05.04
  • 조회수8095

아침저녁으로 일에 매달렸던 나. 정말 오랜만이다. 한 달이나 되는 시간이 어떻게 지나간 건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정열로 타올랐던 가슴을 진정시키고 잠깐 휴식을 취하며 그 동안을 되새김질 한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벌써 일 중독이 되어버린 걸까? 오늘 같은 여유로움이 어색하기만 하다.

분명 잠시 후에 다가올 과제의 압박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머리가 깨질 지경이지만 이상하게도 그 느낌이 싫지만은 않다. 오히려 즐거운 건지도 모르겠다. 몸은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지쳤지만 그 마음으로 이제껏 버텨 왔나 보다.

‘쿨하게 가슴은 뜨겁게.’ 어느 노래의 제목이 맘에 들어 그 순간부터 내 좌우명으로 삼아왔는데 거기에 가깝게 살고 있는 것 같아 참 뿌듯하다. 사실 마지막 순간에 나도 모르게 그 마음이 조금 해이해졌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결정적으로 아차 하는 순간에 이미 저질러버린 실수가 생각나 안타깝기 그지없다. 자만했던 나를 마구 비웃고 싶기도 하다.

나는 에스모드에 최고가 되자는 마음으로 왔다. 입학하기 전 부모님께 몇 가지 약속을 했었다.  첫 번째는 “정말 열심히 살겠습니다.” 두 번째는 “자신을 높이 사되 자만하지는 않겠습니다.” 세 번째는 “모든 일에 정성을 다하겠습니다.” 네 번째는 “힘들어도 즐겁겠습니다.”이다. 분명 이 네 가지를 손에 쥐고 열심히 달려가고 있었다.

처음으로 만들어본 스커트가 거의 완성이 되었을 때 끝이 보인다는 생각이 너무나 강하게 들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시간은 점점 다가오는데 자꾸만 실수하고, 또 실수하고 결국 제출 직전 온몸에는 식은땀이 줄줄 흐르고 손까지 덜덜 떨었다. 이럴 수가. 제출시간을 알리는 선생님 목소리가 들리고 아직도 단추가 없는 내 스커트를 보면서 정말 울고 싶었다. 나에게 한없이 실망스럽고 선생님께 미안하고 완성을 못해 가슴은 답답하고 오만 가지 심정을 동시에 느끼면서 눈물을 참았다. 결국 눈물이 터진 건 이미 제출하고 난 뒤에 선생님이 나를 보고 “진영아, 나 너무 속상해.”라고 하시는 말씀을 들은 후였다. 울음을 터뜨리니 속이 좀 후련했다. 같이 한 달을 힘들게 보내온 친구들이 함께 속상해 해주었다. 그리고 혼도 났다. 너는 분명 자만했던 거라고. 그 말을 들으면서 처음엔 정말 분했지만 고마웠다. 난 당연히 할 수 있다는 착각을 했었다. 처음으로 돌아가는 거다. 처음 뜨거웠던 그 가슴을 잊지 말고 이 좌절의 순간을 절대로 기억하자. 

그 울었던 순간을 제외하면 난 항상 즐거웠다. 사실 이 일을 시작하기에 24살이라는 나이가 조금 버거웠다. 이 길을 택한 건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탁월한 선택이었다. 일을 하는 동안은 한 번도 우는 소리를 한 적이 없다. 누군가 나에게 물어오면 자신 있게 “정말 재미있어요.” 하고 대답한다.

바늘 한 땀, 한 땀에 섞인 내 피땀은 행복한 성취감으로 다가온다. 하루하루 발전하는 나를 보면 그 뿌듯함에 절로 웃음이 터진다. 이런 행복감에는 친구들과 선생님도 한몫을 했다. 우린 한 달 만에 벌써 10년 지기 친구가 된 듯하다. 하루 종일 학교에서 일하고 학교가 끝난 후 또 똘똘 뭉쳐서 돕고 도와가며 과제를 하는 사이 마치 전쟁터를 거친 전우이자 동료가 되었다. 하긴, 1달밖에 안됐는데 전쟁터를 거쳤다고 하기엔 우습지만.
그 중에서도 제일 고마운 사람이 선생님이다. 또 제일 미안하다. 부끄럽지만 선생님과 종종 통화하면서 정말 친구 같고 선배 같고 엄마 같다고 느꼈었다. 보잘것없는 나에게 기대하시고 걱정해 주셔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그것 때문에 더 잘하려고 했던 것 같다. 

나는 한 번에 팍팍팍팍 진도를 나가주는 에스모드의 교육 방식이 참 맘에 든다. 한번 뒤처지면 끝장이라는 것도 맘에 든다. 그래서 나는 숨 가쁘게 따라잡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마치 따라올테면 따라오라는 듯 약을 올린다. 대학교 때의 수업은 정말 루스했다. 한 학기라는 기한을 정해주고 마지막에 과제전을 연다. 그때까지만 작품을 완성하면 되는 거라 막판이 되기 전까지는 마음을 놓고 있다가 과제전이 임박했을 때 그때부터 죽도록 달린다.

그런데 에스모드는 사람이 절대로 게을러질 수 없게 만든다. 좀처럼 여유가 나지 않는다. 평소에 나가는 진도를 따라가려면 무조건 일해야 한다. 참 안타까운 것은 못 따라오는 사람은 두고 간다는 것이다. 벌써부터 지쳐서 허우적대는 친구들도 있다. 게으른 시절이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부지런한 사람으로 만들어준 것은 사회로 나가기 전의 중요한 과정으로서 정말 고마운 일이다.

나는 패션 디자이너를 꿈꾸고 있고, 앞으로 멋진 인생을 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다. 부끄러웠던 한 달이지만 실수투성이인 나를 믿고 응원해주는 멋진 주변 친구들, 부모님, 선생님, 그리고 제일 중요한 내 자신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이 한 달을 기억하면서 정열적으로 살자.

다시금 뜨겁고 쿨하게! 
김진영, 어디 한번 온몸으로 뛰면서 멋들어지게 살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