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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모드 서울에서 일어나고 있는 새로운 소식

REPORT

Au revoir Paris!

  • 작성일2011.11.01
  • 조회수6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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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모드 파리 교환학생을 다녀와서

에스모드에 처음 입학할 때부터 ‘꼭 가보리라’고 다짐했던 파리 교환학생의 꿈이 이루어졌다.

자유와 낭만 그리고 패션이 살아 숨 쉬는 파리를 만끽할 꿈을 안고 2010년 11월 2일 파리에서의 첫 수업을 시작했다. 불어를 전혀 하지 못하고 오직 영어만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처음 자기소개부터 긴장되고 선생님과 학생들을 만나는 것도 두렵고 떨렸다. 수업 시작 전 자기 소개를 한 뒤 돌아가면서 아이들이 각자 자기 소개를 해 주었다. 우리 반은 총 24명으로, 중국인 2명과 영국인 2명, 페루인 1명, 베트남인 1명 등 소수의 국제 학생들을 제외하고는 다 프랑스인이었고, 이 때문에 수업과 모든 대화는 불어로 진행되었다. 영어 반으로 배정될 줄 알았던 나는 불어로만 진행되는 수업에 당황했고, 앞으로 보낼 7주가 막막하기만 했다. 다행히 내가 못 알아듣겠다고 교수님께 말씀드리면 영어로 다시 설명해 주시거나 영어를 구사할 줄 아는 친구들이 나에게 통역을 해 주어서 많은 도움을 주었다.

파리는 오전과 오후 수업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나는 2시30분부터 8시 30까지의 오후 수업 반으로 배정이 되었다. 월요일, 수요일 6시간, 금요일 3시간은 모델리즘을 배웠고 화요일, 목요일, 금요일3시간은 스틸리즘을 배웠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번 3시간 동안 교양으로 크로키와 소재수업을 받았는데, 이 둘은 격주로 진행되었다.

내가 처음으로 참여했던 수업은 스틸리즘이었는데, 마침 그 날이 도시에 제출 전 날이어서 친구들과 교수님은 정신 없이 바빴고, 나는 교수님 옆에 앉아 친구들이 교수님께 컨폼 받는 것을 지켜보며 수업이 어떤 식으로 진행 되는지와 이곳 학생들의 작업 등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그곳 학생들은 한국에서 도시에를 정성스럽게 꾸민다던지 컴퓨터로 깔끔하게 프린트 하는 것과 달리, 직접 손으로 글씨를 쓰고 스와치 크기도 자유분방하게 붙여 가져오는 것이 신기했다. 서울과는 달리 한없이 자유롭기만 한 도시에였다. 그래서 내가 한국에서 했던 포트폴리오를 가져가 교수님과 학생들에게 보여줬을 때 다들 감탄하고 놀라워하는 건 그들에게 당연한 일이라 생각했다.

실루엣 베이스 도시에를 마치자 그룹별 시장조사가 시작되었다. 제비 뽑기를 해서 6개의 파리 패션 거리 중 나는 에티엔 마르셀이라는 곳에 가게 되었다. 다행히 우리 조에 영국인 친구와 영어를 할 줄 아는 친구가 있어서 마음이 놓였다. 시장 조사 기간에 내가 교환학생으로서 수업에 참여하게 된 덕분에 친구들과 더 친해질 수 있었고, 파리의 유행이나 패션 스타일을 공부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가 되었다. 시장조사는 약 1주 반 동안 모델리즘 수업 없이 진행되었고, 이 기간 동안 계속 친구들과 만나 매장에 들어가 직접 옷을 입어보고 사진도 찍고 가격도 보고 카탈로그도 구했다. 시장조사를 하는 도중에 인상 깊었던 점이 있다면 교수님께서 예고 없이 직접 에티엔 마르셀까지 오셔서 우리 그룹의 진행 상태와 출석여부, 참여도 등을 보시면서 우리 조가 어느 방향으로 작업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조언해주시고 함께 해주셨다는 것이다.

그렇게 1주 반을 지내고 남은 1주 반 동안 판넬 작업과 카탈로그 북을 만들었다. 아직 여기 친구들은 도식화를 배우거나 그려 본 적이 없기에 도식화나 실루엣 그리는 건 내 몫이었다. 나도 이곳에서 처음으로 바지와 아우터, 그리고 니트 도식화를 그려봄으로써 많이 배울 수 있었다. 학교에서 작업이 진행되면, 교수님은 쉼 없이 각 조의 진행 상태와 누가 열심히 하는지, 누가 게으른지 확인도 하시고 각각 맡은 활동이 무엇인지 꼼꼼하게 돌아다니시며 체크하셨다. 그곳에 계시던 요하니스 교수님께서는 단 한번도 학생들이 그린 그림이나 작업에 손을 대지 않으셨다. 다만 어디를 조금만 수정하면 더 좋아질 것 같다고 말씀하시거나 같이 의논해주셨고, 디자인한 옷이 어떻게 만들어지겠냐는 질책보다는 학생의 상상력과 창의성을 우선시 해주셨다. 교수님의 이러한 성향 덕분에 작업 능률이나 속도도 조금 더 빨랐고, 오히려 더 많이 생각하고 더 넓은 시야를 가지고 상상하게 됐다. 그렇게 판넬과 카탈로그를 완성한 후에는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했다. 한국과 다른 점이라면 파리에서는 도시에를 제출함과 동시에 프레젠테이션을 한다는 것이다. 본인이 작업한 작품들의 과정과 내용을 자유롭게 발표하고 여러 학생들과 나누면서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나눌 수 있는 좋은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우리 그룹이 발표할 때는 각자 맡은 역할이 무엇이었는지, 어떤 작업을 했는지, 어떤 점이 힘들었는지 등에 관한 생각들을 나누고 전반적인 작품 설명을 했다. 내가 그린 실루엣을 보고 친구들이 칭찬을 해주었고 어쩐지 패션의 본고장 파리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것 같아 뿌듯했다.

모델리즘 첫 주에는 셔츠 봉제를 배웠다. 나는 셔츠 작업을 이미 한국에서 끝내고 파리에 간 후라 다른 친구들보다 손도 빠르고 이해도가 빨랐다. 그래서 모델리즘 수업은 늘 여유로웠고, 남는 시간 동안 친구들을 도와주며 수업에 참여했다. 감사하게도 모델리즘 교수님 또한 나를 좋게 봐주셔서 늘 자유롭게 작업할 수 있도록 해주셨고, 틈틈이 영어로 설명해 주시며 작업의 진행 상태를 체크해 주셨다. 특이한 점은 모델리즘 교수님께서 직접 봉제 수업도 해 주신다는 거였다. 그렇게 셔츠 봉제를 일주일 안에 마치고 셔츠 기본 확장을 패턴으로 배웠다.

그 다음 주부터는 서울에서 배워보지 못한 입체재단을 배웠는데 생각보다 어렵긴 했지만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파리의 친구들은 패턴으로 작업하는 것 보다 입체재단 작업을 더 잘했다. 셔츠 프린세스 라인과 블루종 소매를 배웠다. 파리 모델리즘 수업은 한국보다 덜 타이트 하고 수업 진행 방식이 자유로웠는데, 교수님께서 한번 설명해 주신 후, 자유롭게 우리들이 작업을 하면 교수님께서 직접 학생들 개개인을 체크해 주시는 형태였다. 내가 지냈던 7주 동안은 실물 제작을 하지 않았다. 계속해서 광목으로 셔츠 지정 모델을 배웠고 그렇게 약 4종류의 지정모델을 완성했다. 마지막 지정 모델 셔츠는 학교에서 지정해주는 한국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흰색 원단으로 만들어야 했는데, 이는 학생들의 봉제 실력을 더 잘 검사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했다. 나는 교환 학생이라는 명목 하에 예외적으로 광목을 사용해 만들었다.

교환학생 7주 기간 동안 모돌로지 평가 주간이 있었고, 평가주간 동안에 다른 곳에 위치해 있는 에스모드에 가서 패션 트렌드 강의도 듣고 유명한 그리스 디자이너이신 요아니스 스틸리즘 교수님의 컬렉션 전시회도 보고 왔다. 새삼 내가 정말 대단하신 분 밑에서 잠시나마 배울 수 있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꼈다.

이 기간 중, 에스모드 파리 행사 중 하나인 모자 패션쇼가 있었다. 그래서 모돌로지 전 주부터 스틸리즘과 모델리즘 수업 끝나기 전 30분 동안 시간을 내어 틈틈이 모자 데필레를 준비했다. 주제는 바로크 시대였고 나는 옆에서 친구들을 도와주는 도우미로 참여했다. 여기에서 파리 학생들의 화려하고 과감한 시도와 재미있는 발상들을 옆에서 보면서, 많은 것들을 배우고 느낄 수 있었다. 수업 중간에 모자를 만든다는 것 자체가 너무 신선했고, 수업 일정에서 벗어나 재미있고 흥미로운 작업을 한다는 사실에 학생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것 같다.

세컹스가 끝나기 1주 전부터 원피스를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스틸리즘 시간에 원피스를 디자인하고, 이와 병행해 모델리즘 시간에는 이 디자인을 실물로 만들기 위해 교수님과 커뮤니케이션 과정을 거쳐 작업에 들어갔다. 셔츠와 달리 원피스는 지정 모델을 연습하지 않고 바로 실물로 들어갔다. 나는 같이 작업할 시간이 여유롭지 않아 교수님들께서 아쉬워하셨다. 모든 작업을 다 할 수 없는 사정으로 인해 스틸리즘 시간에는 내가 가지고 있는 셔츠, 탑, 팬츠, 스커트 도식화를 그린 뒤 주제를 정하고 각 아이템에서 보여지는 실루엣이나 한가지의 디테일은 살려두되 새롭게 디자인을 하는 작업으로 변경하였다. 모델리즘 시간에는 마지막 지정모델 셔츠를 만들었고 이 작업들을 마지막으로 교환학생으로서의 마지막 수업을 마쳤다.

마지막 날, 수업 시작 전에 두 교수님과 우리 반 친구들과 함께 샴페인 파티를 했다. 이제야 파리 수업에 적응하고 친구들과 많이 친해졌고, 불어 수업도 알아듣기 시작했는데 벌써 떠날 때가 되다니 무척 아쉬웠다. 마지막 날까지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스틸리즘 교수님께서는 내게 재능이 있으니 계속해서 노력하고 열심히 한 뒤 성공해서 파리에서 다시 보자는 격려의 말씀을 해주셨고, 이를 마지막으로 교수님과 아쉬운 작별인사를 했다. 나는 이 소중한 순간들을 간직하기 위해, 교수님들, 친구들과 사진도 찍고 이야기도 나누며 에스모드 파리에서의 모든 일정을 마무리했다.

친구들은 떠나는 나를 위해 파리 가라오케에서 마지막 파티를 열어 주었다. 돌아가면서 내게 마지막 인사도 해주고, 피자도 시켜먹고 노래도 부르면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주었다. 내가 불어를 못 알아들을 때마다 너나 할 것 없이 통역해주던 친구들, 매일 학교 나올 때마다 친절하게 볼을 맞대며 인사를 해주던 친구들, 학교 가지 않는 날에도 주말에 불러서 같이 밥도 먹고 파리 시내를 가이드 해주던 친구들, 헤어질 때 같이 부둥켜 안고 울며 가지 말라며 2학년 때 에스모드 파리로 편입하라고 해주던 그 친구들이 너무 고맙고 그립다. 낯설었을 나에게 짧은 7주 동안 진심으로 마음을 열어주었던 친구들. 모두 성공해서 다 같이 꼭 만나기로 다짐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었을 7주는 나에게 평생 잊지 못할 행복한 추억이 되었고, 글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을 배웠던 귀중한 시간이었다. 패션의 도시 파리에서, 한국에서는 보기 어려운 런웨이에 올라가는 옷들을 실제로 보고 만지고 입어볼 수 있었던 것과, 직접 파리의 패션을 배우고 경험할 수 있었다는 것에 대해 부모님과 에스모드 서울 교수님들께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1년 전의 나라면 상상 할 수 없던 경험인지라 더욱더 값지고 귀중했던 시간이었다. 낭만적인 파리의 야경이 너무도 그리운 지금, 앞으로 더욱더 노력하고 발전해서 꼭 성공하겠다고 다짐해본다.

Au revoir Par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