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PORT
일본 디자인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다
- 작성일2013.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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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0일, 나리타를 통해 도쿄에 도착했다. 정신 없이 준비해서 출국한지라 '무언가 빠뜨리고 오지 않았을까', '가서 어떻게 지내야 되나' 쓸데없는 걱정이 머리에 가득했다. 도착한 다음날인 일요일, 친구와 에비스역에 가서 에스모드 도쿄를 찾아보기로 했다. 지하철 역에서 10분도 안 걸리는 거리를 우리는 장장 1시간을 헤맸다. 주말인데도 학교에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고 굉장히 조용한 분위기였다. 학교가 위치한 에비스 근처가 잘사는 동네여서 그런지 관광객이 바글바글한 신주쿠나 시부야와는 달리 차분한 분위기였다. 그렇게 미리 학교탐방을 하고 다음 날, 첫 등교를 하였다. 너무 떨려서 무슨 생각으로 갔는지도 잘 모르겠다. 도쿄에 오기 전에 몇 차례 메일을 주고받았던 다나카 선생님의 수업에 들어갔다. 다행히 친구들이 먼저 말을 걸어주고 이것저것 챙겨주어 긴장감이 모두 사라졌다.
처음 수업을 받고 느낀 점은 수업에 임하는 학생들의 자세가 굉장히 열정적이라는 것이다. 보통 일본 사람들은 수줍음 많고 남들 앞에서 얘기하는걸 꺼려하는 편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여기 학생들은 자신들의 생각을 너무나 자유롭게 말하는 것을 보고 놀라기도 하고 위축이 되기도 하였다. 내가 교수님들께 항상 '~해도 괜찮을까요?, '~하면 안될까요?' 식의 말을 했더니 교수님들께선 '네 아이디어에 자신감을 가지라'고 말씀해주셨다. 왠지 인정받는 느낌을 받아서 굉장히 좋았다. 이곳의 아이들도 아마 그런 교수님들 덕에 자신의 생각에 자신을 갖고 그렇게 말할 수 있게 되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한다.
수업 시작 전에는 그날 자신이 가져온 아이디어들을 책상에 각자 펼쳐놓고 한 명씩 미니프레젠테이션을 하거나 돌아다니면서 서로의 아이디어를 볼 수 있는 '미니갤러리'라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나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대체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어디서 이런 영감을 받았지?' 나는 지금껏 우물 안 개구리였다.
에스모드 도쿄 학생들은 한국 학생들이 컴퓨터 앞에서 인터넷을 통해 거의 모든 작업을 마치는 것에 비해 직접 시뮬레이션을 하는데 굉장히 능했다. 특히 마지막 시간에는 구제 옷을 한 두벌씩 구해서 그것을 해체해 자신만의 다른 디자인을 만들어내는 시간이 있었는데, 한 친구는 미니 마네킹에다가 해체한 옷으로 아방가르드하고 개성 있는 드레스를 구성해내서 놀라왔다. 친구들이 한 러프 스케치들도 굉장히 감각적이어서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3학년들의 프레젠테이션도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진지한 분위기에서 발표하는 학생도 있는 반면에 자신의 아이디어에 확신을 가진 학생은 여유롭게 교수님들께 농담도 던지면서 자유롭게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었다. 사실 교환학생을 오기 전, 일본의 디자인은 복잡하고 난해하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3학년들의 프레젠테이션을 보고 생각을 달리 하게 되었다. 당장 컬렉션으로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웨어러블한 디자인들도 많았고, 자신의 디자인 분위기에 맞는 액세사리나 소품들도 직접 만들어 토털 컬렉션을 갖추었다. 에스모드 도쿄에서의 수업을 통해, 그리고 졸업을 앞둔 3학년 학생들의 컬렉션 프레젠테이션은 나에게 아주 좋은 자극이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