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PORT
18일간의 유럽 란제리 시장조사
- 작성일2014.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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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란제리 전공을 전문적으로 가르쳐주는 에스모드 서울. 3학년에 올라가면서 란제리 전공을 택한 나는 일 년간 란제리의 세계에 푹 빠졌다. 그리고 작년 12월, 드디어 나만의 란제리 컬렉션을 디자인해 졸업작품 패션쇼를 마쳤다. 졸업작품 발표회에서 ‘좋은사람들상’을 수상하고 부상으로 받은 파리 왕복 항공권으로 나는 지난 1월, 유럽으로 떠났다. 파리, 베네치아, 피렌체, 로마, 런던, 파리의 루트로 떠난 18일간의 유럽 란제리 시장 조사 보고서!
Venezia

물의 도시 베네치아. 베네치아에서는 어디를 가든 배를 타고 다녔다. 로얄토 다리 근처 숙소에서 지냈는데, 근처에 명품거리와 상점가들이 많았다. 베네치아에서 가장 눈에 들어왔던 것은 유리 공예품들이다. 현란한 색상의 유리로 된 그릇들과 장신구들이 인상 깊었고, 가면축제를 한달 앞둔 상태라 그런지 화려한 가면들을 파는 사람들이 유독 돋보였다. 베네치아에는 많은 란제리 가게가 있지는 않고 La Perla와 Yamanay, Tezenis, 그리고 스타킹을 주로 다루는 Goldenpoint 정도의 매장이 있었다.
Firenze

낭만과 예술의 도시 피렌체. 개인적으로는 도시 전체가 붉은 빛을 띤 것 같은 피렌체가 이탈리아에서 가장 인상 깊었다. 두오모 성당으로 유명한 피렌체에는 로마나 베네치아보다 많은 란제리 가게가 있어서 더 좋았다. 내가 방문 했을 당시가 한참 유럽전역의 세일 기간이어서 50~70% 세일 상품이 많았다. 피렌체에 있는 Yamamay 지점은 색감이 좀 더 화려하고, 섹시한 디자인의 상품들을 구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우아하고 포근한 느낌의 레깅스를 컨셉으로 다루고 있는 CALZEDONIA도 눈에 띄었다. 그밖에 Tezenis 와 Intimissimi 매장도 방문했다.
Roma

로마의 란제리는 캐주얼하고 심플한 라인이 많았다. 로마에는 란제리 샵이 그리 많지가 않고, 이탈리아 전역에 공통적으로 있는 브랜드인 Yamamay 와 Tezenis, Intimissimi 가 있었다. 그 중에 1904년에 열었다는 EMILIOZZI 라는 유서 깊은 란제리 샵이 가장 인상 깊었다. 보정 속옷을 전문으로 하는 매장으로, 뚱뚱한 여자를 익살스럽게 그린 그림, 낡은 미싱과 속옷을 같이 배치한 디스플레이가 장인의 느낌을 내고 있었다.
London

런던의 중심 상점가인 Oxford Street 시장조사를 했는데, 다른 나라에 비해 속옷이 매우 과감했다. 그밖에 M&S, Harrot, Selfridges 등 런던의 주요 백화점들을 돌아다니면서 란제리 시장 조사를 했다. La Senza와 Tezenis가 Oxford Street에 로드샵으로 제일 많이 눈에 띄었다. 둘 다 레이스를 많이 쓰고 애니멀 프린트와 과감한 색상의 레이스를 믹스한, 섹시한 라인의 란제리 브랜드였다. 브랜드 컨셉에 맞게 과감한 디스플레이를 해 놓아 다른 매장에 비해 과감하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Paris

유럽여행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을 뽑으라면 나는 파리를 뽑고 싶다. 웅장한 건축과 파리 특유의 분위기가 어디를 가든 나를 역사 속에 있는 기분으로 만들어 주었고, 무엇보다 속옷의 천국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다양한 브랜드들이 넘쳐났다.

평소 가장 좋아하고 존경하는 디자이너인 Chantal Thomass의 매장이 파리 마레지구에 있어 제일 먼저 방문했다. 안타깝게도 샹탈 토마스를 직접 만날 수는 없었지만 내가 졸업 작품 컬렉션을 준비하며 만들었던 카달로그 한부와 정성스레 쓴 팬레터를 매장 직원에게 전달해 주고 왔다. Chantal 특유의 블랙과 핑크를 사용한 가구들과 액세서리 디스플레이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직원들이 연한 핑크와 블랙 컬러가 섞인 유니폼에, Chantal의 트레이드 마크인 블랙 뱅헤어의 단발머리를 하고 있는 것도 무척이나 인상 깊었다.
마레지구 근처에 있던 Bon Marche 와 Printemps, Galeries Lafayette 백화점도 나를 설레게 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Printemps 백화점이었다. 궁전인지 백화점인지 알 수 없을 만큼 웅장한 건축, 그리고 꼭대기층에 있는 란제리 매장의 규모는 다른 백화점들과 비교가 되지 않았다. 마네킹 디스플레이도 돋보였는데 자기 브랜드 컨셉에 맞춰 우리나라에선 볼 수 없는 과감한 포즈와 헤어장식을 하고 있었다. 특히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와 입구에 보이는 장식, 발레복으로 벽면과 문에 벚꽃같이 펼쳐놓은 디스플레이는 모든 이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Salon International de la Lingerie

유럽에서의 마지막 일정, 내가 파리 여행을 한 가장 큰 동기가 된 ‘인터내셔널 란제리 살롱(Salon International de la Lingerie)’를 보러 갔다. 총 3일 동안 개최되는 이 박람회는 전 세계인들이 찾는 1년에 한 번뿐인 박람회이다. 입장할 때 입장권은 일반인, 패션인, 셀러브레이터로 구분된다. 나는 회사를 통해 온 것이 아닌지라 일반인권을 끊었다. 박람회 안에는 200여개가 넘는 부스가 설치되어 있었고, 각자 브랜드에 맞게 꾸며져 있었다. 1시, 3시, 5시 이렇게 시간을 나누어 부스 안에서 패션쇼가 이루어지고 바이어들이 제품 착용샷을 볼 수 있도록 모델들이 속옷을 입고 부스 안에서 상품을 소개해주었다. 매장 밖에서 속옷을 입고 홍보하는 것도 인상 깊었다. 그리고 11시와 3시 두 타임으로 나누어 란제리 브랜드를 전부 모아 패션쇼를 했다. 란제리 패션위크를 보는 기분이 들었다. 모델들이 춤도 주고 뮤지컬처럼 다양하게 쇼를 연출하는 것이 인상 깊었다.

어떤 부스에서는 원단 신제품에 대한 강연도 펼쳐졌다.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은 관광객처럼 가이드가 붙어서 하나하나 설명하는 모습도 보였다. 브랜드 부스 외에도 30% 정도의 부스에서는 원단과 부자재 그리고 트렌드북을 판매하는 공간도 있었다. 국내에선 볼 수 없는 자수 원단이나 다양한 컬러의 원단들은 정말 화려했다. 원단 부스에서는 일반인이 사진을 찍는 것이 불가능해 촬영하지 못한 것이 좀 아쉬웠다.
박람회 3일 내내 스케줄이 다 다르게 짜여졌다. 내가 알고 있던 브랜드들도 보다 더 다양한 상품을 소개했다. 이렇게 많은 란제리 제품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디자인이 너무 훌륭했다. 소재 자체의 퀄리티도 중요하지만 소재끼리의 믹싱이 얼마나 다양한 란제리를 생산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느꼈다. 국내에서는 볼 수 없는 디자인들과 다 외울 수도 없이 다양한 종류의 스타킹에 둘러싸여 난 정말 행복했다.
18일 동안 이탈리아, 영국, 프랑스를 돌아보면서 세상이 이렇게 넓고 다양하다는 것, 그리고 그 넓은 세상만큼 다양하고 아름다운 란제리 디자인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이번 여행은 앞으로 더 큰 세상에서 일하는 란제리 디자이너가 되라는 에스모드의 선물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