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배운 디자인의 질문들

  • 작성일2026.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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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모드 파리에서의 한 달간의 교환학생 생활은 패션을 바라보는 시각과 학습 태도를 정리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에스모드 서울에서 주로 기술적으로 완성도 높은 옷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면, 에스모드 파리에서는 디자인의 출발점과 사고 과정에 대한 고민을 더욱 깊이 요구받았습니다.

수업에서는 디자인 결과물보다 디자인 과정이 더욱 중요하게 다뤄졌습니다. 어떤 옷을 만들기 전, 옷의 필수적인 요소를 갖추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안에 자신의 DNA를 어떻게 녹여낼 것인지, 그리고 이를 어떻게 설득력 있게 표현할 것인지에 대해 지속적으로 질문을 받았습니다.

제가 파리에서 수업을 들을 당시, 배정된 반의 학생들은 JURY를 팀 단위로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학생들이 JURY를 준비하는 과정과 서로 의견을 조율하는 방식, 그리고 교수님과 소통하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학생들은 자신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며 그것을 옷으로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고, 교수님들 역시 학생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존중하며 이를 디자인으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피드백을 주셨습니다.

JURY는 프레젠테이션 형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학생들은 자신이 어디에서 영감을 받았는지, 그리고 그 영감을 옷으로 어떻게 표현했는지를 설명했습니다. 교수님들은 단순히 옷의 형태나 스타일을 넘어 그 안에 담긴 의미와 맥락에 대해 질문하셨고, 논리적인 설명이 부족한 부분에는 명확한 피드백을 주셨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단순한 이미지 차용이 아닌, 개념과 맥락을 갖춘 디자인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한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들으며 서로 다른 배경과 관점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었습니다. 학생들은 자신의 경험과 정체성을 작업에 반영했고, 비평 과정에서도 개인의 취향보다는 기획 의도와 완성도를 중심으로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이러한 환경은 타인의 작업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기르는 동시에, 자신의 작업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수업 외 시간에는 파리의 전시 공간과 거리 환경을 통해 패션과 문화의 관계를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박물관과 갤러리, 그리고 일상적인 거리 풍경 속에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모습을 보며 디자인의 참고 자료가 교실 밖에도 넓게 존재한다는 점을 체감했습니다. 특히 파리의 일상적인 복식 문화는 유행을 따르기보다 개인의 선택과 취향을 존중하는 분위기를 느끼게 했습니다.

이번 에스모드 파리 교환학생 경험은 디자인을 단순한 제작 과정이 아니라, 생각과 기획을 바탕으로 완성해 나가는 작업이라는 기준을 세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앞으로의 학업과 작업 과정에서 디자인의 방향과 태도를 점검하는 데 중요한 경험으로 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