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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모드 서울에서 일어나고 있는 새로운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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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 패션 비즈니스 에이전시 오픈한 박수진 실장

  • 작성일2008.04.16
  • 조회수10011

이상봉, 문영희, 우영미, 송지오, 그리고 최근 파리컬렉션에 데뷔한 정욱준 동문까지 최근 한국 디자이너들의 성공적인 파리 진출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 패션의 중심지인 파리로의 진출은 모든 디자이너들이 부인할 수 없는 꿈이자 로망일 것이다.

한국 디자이너들의 해외진출이 러쉬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최근 한국인이 파리에서 패션비즈니스 에이전시를 열었다는 반가운 뉴스가 들려왔다.

올해 초, ‘소하트렌드(SAUHA TREND)’를 오픈한 박수진 실장. 박수진 실장은 1996년 에스모드 서울에 입학해 2학년 재학 중 도불, 에스모드 렌느와 에스모드 파리에서 수학했다. 2000년, 우연한 기회에 동아TV의 파리 패션 리포터로 일하게 된 이래 8년간 한국의 TV와 On Style, Gtv, Olive 등 각종 케이블의 패션관련 프로그램의 취재를 담당했다. 박수진 실장은 컬렉션과 살롱, 디자이너와 브랜드 소식, 트렌드 등 파리에서 일어나는 패션과 관련된 모든 뉴스와 이벤트 현장의 한가운데에서 소식을 전했고, 몸으로 부딪히며 파리 패션산업에 대해 이해하게 되었다.

사업차 방한한 박수진 실장을 만나 새로 오픈한 회사와 파리의 패션 비즈니스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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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에서 패션관련 특파원이나 취재원을 하고 싶어하는 유학생들이 꽤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떻게 파리 패션리포터로 일하게 되었나?

에스모드 파리에서 유학할 당시 집안 사정이 좋지 못했다. 한국에서 송금을 전혀 받지 않았기 때문에 박람회 도우미도 하고 한글도 가르치는 등 열심히 아르바이트 일을 하다가 우연치 않게 동아TV의 리포터 일을 한 번 맡은 적이 있다. 마침 동아TV 회장님이 내가 출연한 프로그램을 보시고 맘에 들어 하셔서 인터뷰를 거친 후 바로 동아TV 파리 지사장으로 발령이 났다.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운이 좋았다.

▶ 상당히 오랫동안 패션 전문 리포터로 일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어느 매체에서 어떤 일을 주로 했나?

내가 동아TV에서 일하기 시작한 2000년 쯤, 갑자기 한국에 패션, 여성 전문 케이블 채널이 많이 생겼고 해외 패션 취재원에 대한 수요가 급등했다. 여러 곳에서 제안이 이어졌고, 나는 프리랜서 선언을 하고 나서 동아TV 뿐만 아니라 Gtv, Olive, On Style, MBC, SBS 등 여러 방송국의 패션 전문 리포터로 일하게 되었다.

‘명품 기행’이나 신규 브랜드 런칭 같은 패션 관련 행사를 취재하였고, 프레타포르테와 오뜨꾸뛰르 컬렉션, 살롱와 패션 박람회, 새로운 트렌드에 대한 정보를 취재하였다. 외국판 잡지에 실린 기사를 번역하거나 디자이너나 모델 등 패션과 관련된 유명인들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다. 일 년에 십여 편 정도의 프로그램을 맡았으니 꽤 바쁘게 일했던 것 같다. 존 갈리아노 같은 사람과 마주앉아 인터뷰한 일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 리포터로 일하는 8년 간, 그야말로 유럽에서 일어나는 모든 패션 현장의 한가운데에 있을 수밖에 없었겠다.

그렇다. 사실 리포터일의 가장 큰 메리트가 그런 거다. 패션의 여러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그걸 계기로 새로운 일을 제안받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전세계를 오가며 주요 컬렉션을 보시는 것으로 유명한 한국 ‘더모델즈’ 사장님께서 내가 일하는 모습을 보시고 사비를 들여 직접 한국으로 초청을 해주셨다. 이후 내가 본 파리의 패션쇼 컨셉이나 무대연출 등을 토대로 다섯 시즌이 넘도록 서울컬렉션 무대담당자로 일하게 되었고, 이 일을 계기로 한국의 디자이너들을 만나면서 한국 패션업계에 대해 속속들이 알게 되었다.

▶ 에스모드 서울과 파리에서 공부했다면 디자이너의 꿈을 갖고 있었던 것 같은데, 물론 패션업계에서 일하고는 있지만 패션디자이너의 길을 가지 않은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전혀 없다. 패션을 공부하는 후배들을 만날 때마다 항상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라’고 충고한다.

난 내가 패션 디자이너로서 충분한 자질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했었다. 십 년 전, 에스모드 서울입학 면접에서 “내 머릿속에는 너무나 많은 디자인들이 있고, 그것을 모두 뽑아내고 싶다”고 당차게 말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그 때는 그것이 진실이었다. 하지만 그건 패션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말이기도 하다.

에스모드에 들어와 공부하면 할수록 디자인하는 것이 참 어렵더라. 여담이지만 요즘 홈쇼핑에서 연예인들이 자기가 직접 디자인과정에 참여했다며 내놓는 옷들이 딱 그 수준인 것 같다. 내가 에스모드 입학하기 전 단계, 즉 패션에 대해 관심은 있지만 잘 알지는 못하는, 옷에 대한 개념이 없는 상태에서 나오는 다양한 아이디어의 디자인 말이다.

▶ 파리에서 공부하면서도 같은 느낌이었나? 디자이너로서 창작에 한계를 느끼는?

처음 파리에 가서 나에게 참 많이 절망했다. 서울이나 파리나 에스모드 고유의 프로그램은 같지만 일단 교육 시스템과 토론식 수업방식 자체가 달랐다. 그림 한 장을 두고 30분 동안 떠들 수 있는 파리 학생들을 보며 문화적인 차이에서 오는 한계를 절감했다. 주제만 하나 달랑 던져주어도 그네들은 지금까지 쌓아온 문화적 토대를 기반으로 금방 과제를 해오는데 나는 갈피를 잡기가 참 힘들었다.

게다가 서양복식에 대해 탄탄한 기본기를 가진 서양 학생들에게는 ‘못 당하겠다’는 걸 느꼈다. 한참 방황할 때 에스모드 뿐만 아니라 스튜디오 베르소와 MJM 등 다른 학교에서 일주일씩 청강을 해보았으나 디자이너로서의 나의 한계는 점점 더 명확해졌다. 그래서 내가 정말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 사실 패션에는 참 다양한 직종이 있는데도 학생들은 무조건 ‘디자이너’만 되려는 경향이 있다. 물론 꿈을 향해 노력하는 것은 중요하겠지만 자신을 파악하지 못한 채 너무 맹목적으로 공부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된다. 후배들에게 어떤 조언을 하고 싶은가?

한국에만 매년 의상디자인 전공 졸업생이 2천명 가량 되고, 전세계에서 패션을 전공한 사람의 수는 어마어마하다. 그 사람들이 모두 존 갈리아노와 칼 라거필드가 될 순 없는 일이다. 내 실력과는 상관없이 무조건 디자이너가 되어야 한다는 아집을 버리고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찾으라고 충고하고 싶다.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패션과 관련된 많은 분야가 있다. 그리고 그런 분야는 패션 디자인을 전공한 사람만이 전문가로서 인정받을 수 있다.

▶ 예를 들어달라. 패션 선진국이라고 하는 파리에선 디자이너는 창작에만 몰두하고 그 외의 모든 상업적인 측면은 외부 업체와의 아웃소싱을 통해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데...

패션 산업은 매우 다양한 직종이 얽혀 있는 곳이다. 상품 머천다이저, 리테일 머천다이저, 디스플레이어, 컬러리스트, 패션 컨설턴트, 패션 전문기자, 패션 칼럼니스트, 패션 웹진 기자, 트렌드 분석가, 스타일리스트, 코디네이터, 패션 세일즈 전문가, 스토어 매니저 등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파리 패션쇼 장에 가보면 이를 극명하게 볼 수 있다. 패션쇼를 연출하는 사람, 패션 PR 전문가, 디자이너의 옷을 적절히 조합해 입히는 스타일리스트, 무대 장식 연출자, 패션쇼 전문 DJ, 패션전문 포토그래퍼 등 쇼 장 안에는 각기 다른 회사의 명함을 가진 사람들이 하나의 쇼를 위해 협업하고 있다.

▶ 한국에선 패션 디자이너 혼자 모든 것을 담당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가 되어야 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취업을 앞둔 학생들에게도 마찬가지여서 신입 디자이너의 구인 요건 중에 ‘피팅 가능자’가 공공연히 명시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것들이 하루 빨리 한국 패션산업에서 극복되어야 할 과제라고 본다. 패션 전반의 ‘generalist’가 아닌 특정분야의 ‘specialist’가 된다는 생각으로 공부해야 한다. 그리고 그러려면 일단 옷에 대해 아는 것이 중요하다. 에스모드 3년을 다니면서 패션 디자인에 대한 기본기는 충분히 다질 수 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전문 분야를 개발해야 한다.

그리고 질문 중에 '피팅'에 관한 말씀을 하셔서 말인데... 솔직히 말하면 적어도 디자이너는 자신의 옷을 피팅할 수 있을 정도의 몸매관리는 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남을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옷을 만드는 사람이 자신의 모습에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는 건 문제가 있다. 모델처럼 훌륭한 몸매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자신의 옷을 입어보며 문제를 찾아 수정할 수 있을 정도의 노력은 해야 하지 않을까?

▶ 파리 후즈 넥스트나 프레타포르테 살롱에서 서울컬렉션과 한국 신인 디자이너들의 홍보를 담당했었다고 들었다. 한국 디자이너들이 해외 시장에서 부딪히게 되는 한계는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일단 한국 디자이너들은 자신의 디자인에 대한 컨셉과 자부심은 높지만 작품을 상품으로 판매하기 위한 커머셜한 능력이 부족한 것 같다. 바이어와의 거래가 이루어지는 살롱마다의 평균 단가라는 게 존재하는데, 그런 기초 정보 없이 참가하는 디자이너들도 있다. 단가를 맞추기 위해선 소재나 디자인에 대한 욕심을 조금은 버리고 수익을 내기 위한 과감한 선택을 해야 한다.

또 우리나라 디자이너들은 해외로 진출할 때 한국적인 디테일을 강조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 물론 그것이 성공적으로 먹히는 경우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서양복식을 디자인하려면 완벽하게 서양복식의 기준에 맞는 옷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함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한국에서 잘 팔리니까 해외에서도 잘 팔릴 것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한국적 디자인의 한계를 뛰어넘는 노력이 필요하다.

▶ 그간 살롱에서의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느낀 안타까움 때문에 ‘소하 트렌드’를 설립하게 된 것인가?

그렇다. 후즈 넥스트나 프레타포르테 살롱에서 해외 바이어들의 입장도 되어 보고, 또 한국 디자이너를 대변하는 입장도 되어 보면서 그 둘 사이를 연결하는 에이전트의 역할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해외 바이어들은 옷이 맘에 들어도 그 디자이너가 해외가 아닌 멀리 한국에 있다는 이유로 주문 꺼리기도 한다. 지리적인 여건 때문에 놓치는 바이어들이 안타까웠고, 내가 대표로 파리에 거점을 두고 그들을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한 한국 디자이너들이 주먹구구식으로 유럽 시장에 진출하면서 시간과 돈을 허비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사전 정보를 가지지 못한 채 계획 없이 그저 ‘부딪히면서 해보자’ 식은 곤란하다.

그리고 이는 비단 한국 디자이너 개개인의 문제만은 아니다. 최근 서울시가 서울을 패션의 도시로 만들고자 발표한 야심찬 프로젝트에도 우려할 만한 구석이 있다고 본다. 구체적으로 밝히긴 뭣하지만 서울시장에게 ‘체계적인 패션센터 건립을 해주십사’ 하는 간곡한 편지를 써서 보낸 적도 있다.

▶ 왜 ‘소하 트렌드’라고 회사이름을 지었으며, 앞으로 어떤 회사로 키울 생각인가?

회사명 ‘소하’는 ‘세상의 근본’이란 뜻을 가진 내 아들의 이름에서 따왔다. 현재는 직원이 두 명 뿐인 단촐한 회사이지만 앞으로 우리 회사의 성격에 맞는 디자이너들을 셀렉트할 수 있는 유명 비즈니스/홍보 에이전시로 발전했으면 좋겠다.

한국 디자이너들이 해외 시장으로 진출할 때 겪는 언어적 한계, 시스템에 대한 무지 등 여러 애로사항들을 해결해주고, 개별적으로 진출해 고군분투해온 지금까지의 디자이너들과는 다르게 나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그들이 시간적으로 또 경제적으로 쓸데없는 낭비를 하지 않도록 돕고 싶다.

특히 든든한 배경이나 풍족한 여건을 갖춘 기존 디자이너들이 아닌, 현재상황보다 미래가 더 기대되는 가능성 있는 신진 디자이너들을 서포트하는 것이 나의 궁극적인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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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진 실장은 “당장 회사에 수익을 가져다 주긴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신진 디자이너들을 발굴해 그들을 도와주는 것이 자신이 가장 보람있게 할 수 있는 일이자 의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현재 해외 컨테스트에 입상하는 한국인 학생들이나 패션 디자인 센터를 통해 해외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신진 디자이너들을 위주로 컨택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 디자이너들의 파리 진출을 담당하는 교두보 역할을 하고 싶다는 박수진 실장. 박 실장을 통해 앞으로 에스모드 서울 학생들이 제 2의 정욱준, 우영미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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