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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모드 서울에서 일어나고 있는 새로운 소식

REPORT

에스모드에서의 마지막 SFAA 참여를 마치고

  • 작성일2006.06.07
  • 조회수7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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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디자이너라는 것은... '규칙적인 운동, 따뜻한 음식, 필요할 때 화장실 가기, 친밀한 가족관계'와 Say good-bye 하는 동시에, '식어버린 커피, 중국음식, 사탕과 초콜릿, 새우잠, 컴퓨터 모니터, 전투적인 성격'과 Say hello하는 것.

06~07 F/W SFAA SEOUL COLLECTION 가이드를 하면서 예전에 보았었던 저 글귀가 생각이 났다. 디자이너가 된다는 것은 항상 바쁘고 힘들고 짧은 기간동안 엄청난 스트레스마저 즐길 수 있어야 하기에 쇼를 보며, 가이드를 하며 SFAA 기간 내내 저 말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던 것 같다. 잠시 동안의 쇼를 위해 얼마나 많은 열정을 쏟았을까하는 생각에 항상 쇼가 시작되는 조명이 켜지고 음악이 시작되면 나도 모르게 심장이 두근거린다.

식어버린 커피에도 향은 남아 있듯이 에스모드에서의 마지막 1년을 보내고 있는 지금 식어버린 커피처럼 마지막 SFAA 참여란 생각에 왠지 모를 아쉬움이 들었다. 2학년 때까진 헬퍼로만 참여해서인지 처음으로 해보는 가이드라 처음엔 무엇을 해야 하는 지 허둥대기도 했지만 아쉬움 속에서도 향기를 찾으려 노력하며 가이드로서 가질 수 있는, 모든 쇼를 볼 수 있는 특권을 맘껏 누렸던 것 같다.

이번 06~07 F/W SFAA에서는 볼륨에서의 다양한 연출이 많았던 것 같다. 과장된 볼륨과 스키니 실루엣이 조화를 이루는 가하면 소재개발의 측면에서도 볼륨에 대한 연구로 스타일링 된 옷이 많았다. 지금 하고 있는 스틸리즘 작업이 소재개발이라서 그런지 소재개발하면 원단자체에 무엇인가를 더하고 붙이고 하는 수작업적인 측면만 생각했었는데 볼륨자체로도 멋진 디테일이 나올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원단 자체에 장식만을 하는 소재개발은 더 이상은 새롭지 않은 트렌드라는 것도 깨달았던 것 같다. 항상 새로운 것, 새로운 무언가에 대한 고민과 생각으로 머릿속이 복잡했던 나였는데 쇼를 보며 그러한 생각들에 대한 약간의 희망과 새로운 것에 도전을 해봐야겠다는 의지를 가질 수 있었던 것 같다.

각각의 쇼를 보면 그 디자이너만의 색감, 스타일, 분위기, 등 그 디자이너만이 가지는 세계를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물론 이번 06~07 F/W SFAA를 보면서, 나도 패션 피플의 한 사람으로서, 재밌고 흥미로웠던 쇼와 그렇지 않았던 쇼를 나름대로 구분 지을 수 있긴 하지만, 이번 쇼를 보면서 내가 정말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스타일은 어떤 것일까 하는 의문을 가지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던 것 같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특징이라면 특징 중 하나가 자신이 좋아하는 것, 관심 있는 것, 등 자신에 대한 것을 확실하게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나또한 막상 그런 질문을 받으면 우물쭈물하게 되는 것 같다. 항상 ‘우리’라는 문화에 익숙해져 ‘나’라는 것을 희생하며 살아온 이유에서 비롯된 것 같다. 하지만 디자이너가 되려면 먼저 ‘나’라는 것에 대한 확고한 생각과 표현이 우선되어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도 있듯이 ‘나’에 대해 표현할 수 있어야만 나를 통해 나오는 아이디어들이 옷에 잘 표현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했다.

다시 학교생활로 돌아온 지금은 늘 그랬듯, 이미지와 소재와 디자인과 씨름하고 있지만 나도 모르게 이러한 스트레스를 즐기고 있는 것 같다. 항상 힘든 학교생활 중에 “아, 이 정도면 되지 않을까. 더 이상은 못하겠어. “하며 적당한 타협을 하려는 나에게 이러한 SFAA 참여와 REVIEW를 씀으로써 다시금 나에게 의지와 도전정신과 감동을 주며 내 뒤통수를 후려치게 만드는 것 같다. 때론 내가 하고 있는 일을 내 자신에 의해서가 아닌 객체의 입장에서 지켜보면서 내 스스로를 다지고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되기 때문이다. 쇼의 감동은 짧았지만 내 마음속에는 커다란 파장을 일으켜주는 열정이 되었다.
예전에 누군가 나에게 이러한 질문을 했었다. 그렇게 늘 힘들고 바쁘고 엄청난 스트레스가 뒤따르는 디자인이 좋으냐고. 그 때 난 이러이러해서 좋다는 말 대신 이렇게 말했었다.  
 
”내가 세상에서 밥도 안 먹고 화장실도 안가고 오랜 시간동안 집중해서 할 수 있는 일은 이것밖에 없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