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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모드 서울에서 일어나고 있는 새로운 소식

REPORT

미니데필레, 준비부터 쇼까지 그 치열했던 순간

  • 작성일2015.01.12
  • 조회수7056

 입학 전 에스모드 입학설명회를 들으며 에스모드 1학년 학생들이 직접 자신이 만든 옷을 입고 미니데필레를 한다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았었다. 입학식을 하기 전부터 그 미니데필레는 계속 머릿 속에 맴돌았다. 내가 직접 내 옷을 입고 쇼에 설 수 있는 기회, 그것도 내 생애 첫 번째 경험은 자주 찾아오는 기회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1학년 1학기 마지막 세컹스. 까마득할 것만 같았던 미니데필레를 위한 세컹스가 돌아왔다. 총 다섯 가지 테마로 각자 하고자 하는 주제를 선정하여 미니데필레 의상을 디자인 할 수 있었다. 그 테마로는 건축적이면서도 미래적인 화이트, 파스텔톤의 로맨틱, 키치한 느낌의 아트, 아프리카 느낌이 물씬 나는 에스닉, 그리고 실버, 골드 컬러가 가미된 클럽이라는 주제의 블랙이었다. 평소 심플한 톤에 패턴적인 디테일을 좋아하던 나는 내 취향을 가장 반영하기 쉬운 화이트로 테마를 선택하였다.
 
화이트 테마를 놓고 주제를 구체화시킬 영감을 찾는데 집중했다. ‘레고’라는 주제에 매력을 느꼈고, 앞서 레고라는 주제를 색감이 뚜렷한 컬러로 키치하게 해석한 Cassette Playa의 컬렉션을 레고를 가지고 놀던 순수한 감성을 지닌 화이트로 해석하고자 했다. 개교 25주년을 기념해 열린 전시회에서 1학년 학생들의 셔츠 중 화이트 테마를 가지고 만든 작품만이 전시가 예정되어 있는 관계로, 봉제 성적이 뛰어난 학생들이 화이트 테마를 우선적으로 택할 수 있었다. 결국 평소에 모노톤을 좋아했던 나는 블랙 테마를 염두해 놓고 복식사 수업 때 흥미롭게 다가왔던 ‘수녀’에 대한 주제에 대해 탐구하기 시작했다.
 
고정관념과 자유분방한 스타일로 유명한 장 폴 고티에가 수녀라는 다루기 조심스러운 주제를 성적인 이미지로 해석했다. 그리고 고티에의 성적인 수녀 컬렉션 이후 지금까지 수많은 디자이너들은 청빈, 정결, 복종이라는 본래 수녀의 이미지에서 정반대되는 신의 뜻을 역행한 성적인 수녀와 같은 이미지를 불어넣어 선정적인 컬렉션을 선보이곤 했다. 수녀에 대한 성적인 이미지의 해석은 패션뿐만 아니라 광고에서도 나타나며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나는 수녀에 대한 이런 해석을 역으로 이용하여 수녀의 본래 절제된 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악에 대항하는 전사’의 용맹한 이미지를 부여하여 수녀를 재해석하고자 하였다.
 
주제를 선정하였기에 이를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수녀라는 주제를 놓고 셔츠의 볼륨은 어떻게 할 것인지, 어떤 컬러를 주로 사용할 것인지, 소재 개발은 어떤 식으로 진행할 것인지 등 고민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지만 이에 대해 탐구하는 과정에게 배우고 느낄 수 있는 것이 많아 흥미로웠다. 
 
수녀라는 주제에 대한 디자인이 구체화되면서 소재를 선정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였다. 미니 데필레를 준비하는 기간 내내 동대문을 하루도 빼먹지 않고 매일 간 것 같았다. 같은 면 100% 원단이라도 사소한 차이가 전체적인 룩의 느낌을 좌우하기에 소재 선정에 있어서 굉장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며 교수님께 컨펌 받던 순간이 떠오르기도 한다. 또한 작품성도 중요하지만 직접 나 혹은 누군가가 실제로 입어야 하는 옷이기에 더욱 신중을 기울였다. 
 
셔츠의 볼륨을 박시한 일자 핏으로 정했기 때문에 소재개발에 더욱 신경을 세웠다. 자칫하면 초라해보일 수 있는 위험한 기본적인 볼륨이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소재 개발은 모두 도전해 보려 했다. 이 때 동화상가를 다니며 부자재, 소재 개발에 사용될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 많이 알 수 있게 되었다. 원단 전사 프린트는 기본이었고, 레이저커팅, 본딩, 비딩, 자수, 특수필름 작업 등 시도해 볼 수 있는 것들은 모두 해보았다. 다양한 소재 개발 경험을 통해 같은 주제이지만 어떤 소재 개발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옷이 무궁무진해질 수 있음을 몸소 체험할 수 있어 즐거웠다. 또한 옷의 디자인, 볼륨에 따라 적절하거나 그렇지 않은 소재 개발들이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
 
이렇게 디자인을 발전시키는 동안 방학이 시작되었다. 방학과 동시에 블랙 테마를 화이트 테마로 전환할 수 있는 계기가 찾아왔다. 개교 25주년 행사가 낀 2014년이었기에 화이트 테마로 바꾸는 동시에 더욱 열심히 해서 좋은 결과물을 낸다면 25주년 전시에도 참여할 수 있다는 매우 기쁜 소식을 듣고 더욱 미니데필레 디자인에 박차를 가했다. 방학 중에도 틈틈이 교수님들을 직접 뵙고 부족한 점에 대해 더욱 탐구하며 컨펌을 받았다. 방학 동안에는 소재 개발에 있어 부족한 점을 어떻게 하면 더 발전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계속되었다. 방학 중에도 동대문 인근 상가를 돌며 직접 발품을 팔아 사장님들과 상담을 하고 명함을 받으며 같은 소재 개발을 할 수 있는 업체임에도 가격에 차이가 있음을 깨닫고 명함에 해당 소재 개발이 무엇이며 가격을 적어놓기도 한 기억이 떠오른다.
 
그렇게 바쁜 방학을 보내고 2학기가 시작되었다. 다시 미니데필레에 열정을 모두 쏟아내야 하는 세컹스가 돌아온 것이다. 1학기부터 방학까지 손을 본 재단 패턴을 다시 점검하고 최종 완가봉까지 갔지만 그래도 완벽에 완벽을 추구하기 위해 몇 번의 컨펌을 받았다. 모델리즘 교수님, 스틸리즘 교수님과 봉제교수님까지 세분의 OK사인이 떨어질 때까지 완가봉을 진행했다. 그렇게 완벽한 완가봉을 마치고 드디어 여름 방학동안 사두었던 원단으로 재단을 시작했다. 기본 상의 원형 패턴에서 내 디자인에 맞게 패턴을 제작하였는데 봉제법도 조금 달라 처음엔 헤맸지만 봉재 교수님의 지도로 어려움 없이 일을 진행할 수 있었다. 셔츠 봉제보다도 난이도가 있었던 셔츠 소재개발로 인해 고된 하루 하루를 보냈지만 교수님들의 도움으로 소재 개발부터 셔츠 완성까지 마치고 작품을 무사히 제출할 수 있었다.
 
드디어 대망의 미니데필레 실전 준비의 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국내 최대 모델 에이전시인 에스팀에서 강사님이 오셔서 직접 모델 워킹수업을 진행해주셨다. 바른 자세로 머리부터 발 끝까지 심혈을 기울여 걸어야하는 모델들을 노고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모델 워킹 수업을 통해 '정말 내가 디자인을 한 옷을 입고 무대에 서게 되는구나'라는 실감이 들었다.
  
데필레 테마별 모임일. 반별 모임이 아닌 테마별 모임이었기에 낯설 법도 하였지만 뭔가 동병상련의 느낌으로 모두가 금방 하나가 되어 각 테마를 빛내기 위해 힘쓰기 시작했다. 각 쇼에서 요구되는 헤어, 메이크업, 음악, 스타일링 모두 학생들이 직접 정하여 진행한다는 점도 매우 흥미로웠다. 테마별로 각자 단체 대화방을 만들어가며 음악 선정을 하였고 또 방과후, 주말에 따로 테마별 모임을 통해 헤어와 메이크업을 직접 시연해보기도 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그렇게 각 테마별 컨셉이 더욱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전문 모델이 아닌 학생이 직접 워킹을 해야 했기에 연습하는 내낸 부끄러움, 낯간지러움이 있었지만 이 또한 결국 지금은 모두 추억이 되어 남아있다. 일주일이라는 데필레 준비 기간 동안 모두가 지치고 힘들었지만 학생, 교수님 모두 데필레의 완성도를 위해 고군분투하였다. 서로 경쟁을 하기보다는 서로 도우며 발을 맞춰 발전해 나아가는 동시에 다섯 개의 테마가 하나의 쇼로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그 순간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드디어 미니 데필레 쇼 당일이 되었다. 1학기 때부터 준비한 우리의 모든 땀이 무대 위에서 멋진 조명 아래 주목 받는 순간이었다. 데필레를 준비하 는 동안 느꼈던 희노애락이 그 짧은 순간에 주마등처럼 지나가며 전율이 일었다. 그것 만으로도 충분히 감격적이었는데, 패션쇼가 끝나고 이어진 시상식에서 나는 기대도 하지 않던 최우수상을 받았다.

1학년 입학 후 첫 세컹스 모델리즘 평가에서 D를 받았던 내가, 스틸리즘과 봉제 역시 작업이 늦어 가장 늦게 교수님께 컨폼받던 내가 1학년 미니데필레에서 2등상인 최우수상을 받다니... 교장 선생님께서는 '봉제 수준과 셔츠의 완성도가 뛰어나고 컨셉의 아이디어 역시 훌륭하다'고 말씀해주셨다. 미니 데필레가 끝나고 반별로 기념 사진을 찍는 내내 눈물이 계속 났다. 셔츠 하나를 제작하면서 내가 했던 도전과 실패, 그 과정이 한꺼번에 떠올랐다. 그리고 에스모드 서울에서의 힘든 1년을 최우수상 수상으로 보상받은 것 같아 기뻤고, 앞으로 남은 2년을 이 상이 축복하고 격려해 주는 것 같아 더욱 뿌듯했다.  

아직 부족한 점이 수없이 많은 1학년 학생에 불과하지만 지금까지 우리가 이렇게 이루어냈다는 것이 나 뿐만 아니라 모든 학생들에게 감동이었다고 한다. 막연하게 디자이너라는 꿈을 안고 에스모드에 입학한 우리들에겐 지울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이자 첫 디딤돌이 되었다. 입학 첫날 모든 담당 교수님들께서 하신 첫 말씀이 떠오른다. 가장 중요한게 무엇인지 아느냐고. 바로 초심을 잃지 않고 꾸준하게 달려가는 인성이라는 그 말씀. 우리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이번 미니데필레는 우리들에게 이 순간을 기억하고 초심을 잃지 말라는 표지와도 같았다. 이제 남은 에스모드 2년, 졸업 후에도 항상 내 생에 첫 번째 쇼였던 미니 데필레의 순간을 기억하고 앞으로 나아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