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환상도 볼 정도로 패션에 미쳐야한다 - 디자이너 진태옥
- 작성일2005.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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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대표적 디자이너 진태옥 선생님이 올해 패션인생 40년을 맞아 작품 화보집을 내고 기념전시를 가졌다. 에스모드 서울의 개교 이래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졸업작품 심사를 맡아 주신 에스모드의 열혈 지원군이시기도 한 진태옥 디자이너와 패션과 창작 인생에 대해 에스모드 예비 디자이너들에게 유익한 말씀을 들어본다.
우선 이번 작품집 출간과 전시를 성공적으로 마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이 작품집과 전시 Beyond nature를 기획한 배경과 그 의의는 무엇입니까?
외국 디자이너들은 아트북을 한 두권씩 갖고 있는데 국내에는 제대로 된 패션 아트북이 없다는 게 늘 아쉬웠다. 캐트워크는 비즈니스적인 면이 강한 이벤트이고, 아트북은 디자이너가 자신의 메시지를 자세히 전달할 수 있는 매체라고 생각되어 매우 매력적이다. 전시는 아트북보다 더 치밀하고 바늘땀 하나하나까지도 포함하여, 자신의 모든 것이 드러나는 기회이다. 영감을 받았던 순수한 에스프리를 표현하고 전달하는데 더 효과적이어서 디자이너 작업의 활력소이자 창작활동의 큰 획이 된다. 이번 전시 및 작품집을 계기로 한국의 패션문화가 현재보다 한 단계 발전하고, 패션디자이너의 영역이 확대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패션 콜렉션의 불모지인 우리나라에 SFAA collection을 만드셔서 우리나라 패션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하셨습니다. SFAA그룹이 태동하게 된 계기나 현재 활동상황은?
우리나라가 섬유수출국에서 디자인 수출국으로 변신하려면 콜렉션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우리나라는 뉴욕보다도 더 빨리 세계에서 다섯번째로 콜렉션이 생겨났다.
내가 처음 본 파리 콜렉션은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 이세이 미야케 매장에 가서 600만원의 옷을 사고 겨우 얻어낸 한 장의 티켓. 그것이 우리나라 SFAA collection의 모태가 되었다. 한 장의 티켓으로 돌려가며 쇼를 보고 나온7명의 디자이너가 파리 튈르리 공원에서 울음바다를 이뤘고 거기서 sfaa 결성의 결단이 내려졌다. 초기 자금조달의 문제에 봉착해 있을 때, 현대백화점 정장현 사장이 희사한 1억원의 지원금은 쇼를 위해 쓰이지 않고 외국 기자 초청 등 홍보비로 쓰기로 했다. 초청 받은 외국 패션 아티스트 및 언론들은 열악한 패션지를 보고 이런 환경에서 콜렉션이 나온 것에 대해 경탄스러워 했으며 자국으로 돌아가 지금까지 한국 패션의 꾸준한 지원자가 되어주었다. SFAA콜렉션을 만들어 한국 패션을 세계에 알린 것이 우리가 기여한 바라 생각한다.
40년 창작활동을 관통하는 가장 근본적인 컨셉은 무엇입니까?
한마디로 한국 여성의 얼이다. 조용하면서도 강한 힘을 발휘하는 외유내강이랄까? 이러한 힘이 시종일관 내 작품활동의 에너지이자 원초적 테마가 되고 있다. 난 패션을 본능적으로 좋아한다. 나를 구성하는 모든 세포들이 패션을 열망한다. 이건 하나님이 나에게 주신 탤런트이다.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서는 미쳐야 한다. 24시간 꿈 속에서도 패션을 하고 환상도 볼 정도로 미쳐야 한다. 자기를 버리고 완전 몰입함으로써 패션과 하나를 이룰 수 있다.
창작활동을 할 때 예술적인 면과 상업적인 면은 서로 상충할 때가 있는데 이 두가지 면을 어떻게 조합하고 계십니까?
난 개인적으로 비즈니스적으로는 그리 잘 하고 있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패션에 들인 열정을 갖고 기업을 했더라면 대기업 총수가 되었을 것이다 (웃음). 가장 이상적인 형태는 비즈니스를 담당하는 기업과 창작을 하는 디자이너가 손을 잡는 형식이다.
에스모드의 기록에 남을 정도로 에스모드 졸업작품을 많이 보아주셨습니다. 15년간 지켜보신 에스모드 교육과정이 우리나라 패션교육을 어떻게 바꾸었다고 생각하십니까 ?
무엇보다도 국제적 시스템과 감각을 도입하여 가르친 것을 높이 평가한다. 졸업생을 써보니 기초가 탄탄하고 옷에 대한 이해가 깊다. 크리에이티브한 면에 매우 관심이 많고 창작의 맛을 아는 것 같다. 패션 감성에 대한 교육을 잘 받은 것 같고 Creator가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교육 자체가 감성이 풍부하며 매우 여성적인 것 같다. 단지 좀 아쉬운 것은 인내력이 좀 더 필요하다. 강한 정신교육을 통해 디자이너로서의 근성을 좀 더 키웠으면 좋겠다.
에스모드에서는 실무형 인재 양성이라는 목표에 따라 기업 연수나 워크샵 등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에스모드가 처음 도입한 기업연수제도가 많은 학교에서 벤치마킹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산학협동 교육을 통해 이루어 놓은 결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해야 하는 교육의 당위성이 날로 커지는 가운데 인턴제도는 사회생활의 기본 정신이나 태도 등을 배우는 매우 필요한 제도이다. 학업에 돌아왔을 때 학업에 임하는 자세도 완연히 달라짐을 볼 수 있다. 외국의 경우 대학원 가려면 최소 2년의 인턴의 경험이 요구되기도 하는데, 기업연수의 목적을 취업에 두기 보다는 감성의 훈련, 또는 현장에서 많은 디자인을 접해본다는 데에 의의를 두어야 할 것이다. 외국에 나가 패션 스트리트의 윈도우 샵을 훑는 체험, 이것도 현장학습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샌드위치 하나 싸들고 뉴욕의 패션가를 한 집도 빠트리지 않고 집집마다 훑어 가던 기억이 생생하다. 눈이 많이 와 허리까지 빠지던 날에 돌아 다니다가 동상이 걸린 적도 있었다.
패션 크리에이터의 길을 걷고자 하는 에스모드 학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24시간 옷에 미쳐 있어야 한다. 패션에 자신의 인생을 걸고 모든 것을 바쳐야 한다. SFAA는 신인발굴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터넷에 광고를 내고 젊은 디자이너를 많이 영입하려 하고 있다. SFAA 의 제1세대들이 뿌리를 심어놓았다면 이제 그 진액을 후배들에게 나누어주고 싶다. 실력있는 후배들에게 그 문호가 항상 열려 있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가 있으시다면?
외국에서 전시를 하고 싶다.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정확히 전달되는 전시를 열고 싶다. 파리, 피렌체, 베니스, 뉴욕 등이 되었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