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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RT

‘또 다른 나’를 발견하게 한 3주간의 연수

  • 작성일2008.09.09
  • 조회수9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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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기업연수를 했던 회사는 2007년에 설립된 ‘엠폴햄’이라는 트랜디 캐주얼 회사이다. 엠폴햄은 캐주얼 브랜드로 많이 알려져 있는 폴햄에서 나온 브랜드이다. 캐주얼 브랜드 1위인 폴햄과 걸맞게 엠폴햄 역시 그 뒤를 이어 계속 성장해 가고 있으며, 여러 캠페인을 하는 브랜드인데, 특히 환경오염 같은 좋은 취지의 캠페인을 주로 한다. 3주라는 길고도 짧은 시간 동안 이 브랜드에 있었던 몇 가지 에피소드.

첫 출근,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일찍이 집을 나서서 회사를 향했다. 처음이라 더 긴장이 되었지만, 때마침 일주일 전 먼저 인턴생활을 시작한 다른 학교 언니가 나의 긴장감을 풀어주었다. 같은 인턴생활을 하게 되어 기쁘다며 자신이 공부했던 여러 용어 들을 보여주며 잘해보자는 그 한마디에 떨리던 마음이 많이 진정되었다.

먼저 얼마나 옷의 fit이 중요한지를 알게 하는 가봉 작업에 참여했다. 현장에서는 일본용어를 많이 쓰고 있어서 처음 들어보는 용어들은 디자이너 분들께 물어보았다. 하지만 대부분은 학교에서 자주 쓰는 익숙한 용어들이어서 큰 어려움은 없었다.

가봉이 끝난 뒤, 작업지시서를 보며 현장 용어들과 도식화들을 공부했다. 남성복과 여성복 도식화가 모두 달랐고 디자이너마다 도식화를 그리는 방식 또한 달랐다. 일러스트로 도식화를 그릴 줄 알았는데 여성복 쪽에서는 볼륨이 많이 바뀌기 때문에 movement 형식으로 손으로 자연스럽게 그리는 곳이 많다고 한다. 반면 남성복 도식화는 대부분 일러스트를 많이 사용하였고, 엠폴햄 같은 경우, 유니섹스 라인은 남성복 쪽에서 담당하기 때문에 그래픽 또한 디자이너의 몫이었다.

그래픽이나 글자의 위치는 어떻게 결정하는지 참 궁금했었는데, 먼저 일러스트로 도식화에 맞춘 뒤 A4사이즈로 여러 개를 출력한다. 그리고 그림이나 글자를 본래의 사이즈로 만들어서 티셔츠에 붙여서 레이아웃을 본다. 나 또한 퍼즐놀이와 같은 이 글자들과 그림을 맞추고 붙이는 작업을 도맡았다. 글자와 그림은 여러 개의 사이즈로 복사한 뒤 크기와 레이아웃을 결정했다. 처음에는 회사 안에 그래픽 디자이너가 따로 있는 줄 알았는데 엠폴햄에서는 디자이너가 직접 그래픽도 같이 담당한다고 했다. 그래픽의 책자나 사진들을 응용하여 그래픽을 컴펌 받고, 그 안에서 그래픽을 다시 응용하여 디자인한다고 한다.

그렇게 도식화를 그려보고 가봉과 그래픽 작업을 하다가 드디어 첫 임무가 주어졌다. 바로 봄 시즌의 이미지 맵 구성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난 이 맵 구성이 가장 어려웠다. 캐주얼 브랜드이지만 여성 라인과 남성 라인의 디자인은 확연한 차이가 있다. 남성 쪽이 매우 베이직 하기 때문에 나는 고민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좀더 트렌디 해야할 것인가 좀더 단순해야 할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아무래도 학교에서는 캐주얼보단 트렌디한 것에 민감하고, 그런 디자인을 내가 더 좋아하기 때문에 더 어려웠는지도 모르겠다.

또한 브랜드의 컨셉과 이번 봄 시즌의 트렌드 경향 중 어떠한 것을 택하는 것이냐는 문제도 결정하기 어려웠다. 더욱이 내가 작업한 맵을 실제로 쓰게 될지도 모르신다고 하니 더욱더 마음이 무거워졌다. 트렌드 분석 및 마케팅에 있어서는 그동안 약하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더욱 긴장될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처음 주어진 과제이기도 하고 말이다.

이런저런 고민 끝에 드디어 맵 작업을 완성해 팀장님께 컴펌을 받았다. “수 많은 잡지를 찾아 보았지만 아이템별로 내가 찾고 싶었던 옷들이 없어서 그게 제일 아쉽고 답답했다. 내가 찾고 싶었던 것은 이번 트렌드와 어울리는 이러 이러한 옷들이다”라는 설명과 함께 작업을 보여드렸다. 팀장님께서는 내 작업에 대한 지적과 이번 트렌드에 대한 설명과 함께 현재 남성복 시장과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서도 친절히 상담해 주셨다. 생각보다 더 많이 힘들고 냉혹한 남성복 시장의 실정과 디자이너 브랜드에 대해서도 여러 이야기를 들은 뒤, ‘나는 정말 우물 안에 갇힌 작은 개구리에 불과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팀장님께서는 맵을 둘러보시더니 마음에 드는 셔츠와 티셔츠를 골라보라고 하신 뒤, 한 개씩 디자인해 보라고 말씀하셨다. 드디어 두 번째 과제가 떨어졌다. 나는 너무너무 떨렸다. 작업지시서까지 그리게 되다니. 학교에서도 도식화 하나를 가지고 이렇게 오래 그려 본적이 없었을 것이다. 화이트로 쓱쓱 지우면 될 것을 나는 두세 번이고 다시 그리곤 했다. 소재와 부자재까지 붙이는 작업을 하면서 난 갑자기 학교 수업을 하는 듯한 생각이 들었다. ‘학교의 작업 지시서와 다를 바가 없구나.’ 여러모로 지금까지 에스모드에서 배운 것이 도움이 많이 되고 있음을 깊이 느낄 수 있었고 원래 하던 것을 그대로 잘 하면 된다는 생각에 긴장도 덜했다.

그렇게 도식화와 작업지시서까지 마치고 업체들과의 미팅도 하고, 샘플까지 받아보게 되었다. 나의 첫 디자인 샘플! 너무 뿌듯하고 자랑스러웠다. 품평회까지 갔다면 팔릴 수도 있었을 텐데… 소중히 간직하라며 팀장님께선 마지막 날, 내가 디자인했던 셔츠를 주셨다. 정말 잊지 않고 꼭 간직해야겠다고 몇 번이고 다짐했다. 지금까지 내 손으로 제작한 것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난 일러스트 작업도 해 볼 수 있었다. 로고를 그리고 그래픽 작업을 하고, 티셔츠에 쓸 사진 자료를 찾는 과정들. 이 모든 것들이 지금까지 학교에서 배우던 것과 일관성이 있어서인지 별다를 어려움 없이도 해나갈 수 있었다. 올해 3학년에 진급한 후에 사실 처음 일러스트를 만지고 도식화를 그려보았었는데, 그 작업들을 안 해보았으면 지금 얼마나 당황되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티셔츠를 만드는 한 그래픽이 빠질 수가 없다. 더군다나 요즘 성향은 모든 옷에 그래픽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그래픽 작업은 물론 일러스트 능력은 디자이너들의 필수요건인 것 같다.

솔직히 처음에는 디자이너 브랜드로 연수를 가고 싶어했다. 하지만 연수를 마치고 나니 이 곳 엠폴햄에 오게 된 것이 너무 감사한 일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비록 집과의 거리가 멀어 고생을 좀 하긴 했지만 회사 분위기와 사람들이 너무 좋았고, 연수 기간 내내 난 일하는 것이 너무나 즐겁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나는 막연히 ‘난 회사에는 못 들어갈거야. 조직 생활은 내겐 어울리지 않아’라고 막연히 생각했었는데, 연수를 통해 또 다른 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오히려 ‘이런 회사에서 너무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이번 기업연수를 통해서 너무 많은 것들을 배우고 느겼다. 패션시장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선배님들이 해주신 현장에서 느낀 조언들, 일러스트와 포토샵과 같은 컴퓨터 작업의 중요성, 패턴연구의 필요성 등. 특히 나의 졸업작품에 도움이 될만한 그래픽 작업들과 향후 취업 진로의 방향까지 난 이번 연수를 통해 말로 다 언급하기조차 힘든 소중한 것들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