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PORT
수많은 시도와 실패를 통한 값진 결과, 미니데필레
- 작성일2011.11.01
- 조회수5703
▶ 창작과 발견 그리고 개발
나의 생애 첫 무대. 그 첫 단추 끼우기와도 같은 셔츠 미니 데필레를 위해 가장 처음에 했던 일은 컨셉 선정이었다. 에센시아, 프라그마틱 카리스마, 스위트 사인, 릴로그. 각기 서로 다른 특색을 가진 4가지 주제에서 학생들은 저마다 가장 자신 있는 테마를 선택하고, 그에 맞는 작업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나는 자연과의 아방가르드를 표현하고자 에센시아를 선택하였고, 주제 선정이 끝나자 학생들 모두 자신이 선택한 주제와 조합하여 셔츠에 넣을 디테일을 얻기 위해 바탕이 되는 이미지를 조사했다. 그렇게 이미지까지 모든 준비가 끝나자마자 개별로 준비한 기본 셔츠 바탕으로 3D작업을 했다. 이 작업을 통해 전체적인 셔츠의 볼륨이나 칼라모양, 소매, 디테일을 응용할 수 있는 방법 등을 찾는 시간을 가졌다.
마지막에 완성될 셔츠의 모습을 상상하며 가장 만족스러운 셔츠 디자인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동안 '창작'은 결코 한 순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수많은 시도와 실패를 통해 얻어지는 것이라는 걸 몸소 체험 할 수 있었다. 3D 작업을 통한 충분한 실험이 끝난 뒤, 도식화를 통해 모든 아이디어를 정리했고 미니 데필레를 위한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셔츠 디자인을 선택하자마자 실물화에 들어갔다.
▶ 무형이 유형이 되는 순간
3D작업 후 다양한 응용 디자인들을 도식화로 뽑아냈고, 그 중 담당 스틸 교수님과의 지도 아래 자신이 가장 선호하는 디자인의 셔츠가 정해지자 본격적으로 패턴 구성을 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그림으로만 표현되었던 디자인이 조금씩 구제척인 뼈대를 갖추는 순간이었다. 셔츠의 길이나 햄라인, 소매나 칼라의 변형, 디테일을 가장 미적인 비율로 조정하고, 실물화 시키면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 같은 부분들을 위해 수정해야 할 부분들을 끊임없이 고쳐나갔다.
단지 평면화된 그림에 불과했던 셔츠가 '정말 입을 수 있는 옷'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진화의 과정을 거치게 되었다. 덕분에 디자인이라는 것은, 단순히 보기에만 예쁘고 멋진 것이 전부가 아닌, 현실 가능성과 동시에 실용성도 배제하지 않은 디자인이어야만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는 시간이었다.
구성 패턴이 한 번 수정 될 때마다 통과의례처럼 거쳐야 하는 가봉. 가봉이야 말로 실물제작을 코앞에 둔 나만의 최종 심사 단계라 생각하기 때문에 볼륨이나 디테일 등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구성 패턴을 다시 수정하고 또 가봉을 봐야 했다. 이런 수 차례의 과정을 거치면서 어떤 순간에는 귀찮다는 이유만으로 가봉 없이 그냥 넘어가 볼까 갈등을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거듭되는 가봉 작업을 포기 않고 했던 것이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봉은 실물의 모습을 가장 사실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작업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가봉에 있어서는 내 자신에게 더욱 더 인색하게 대해야겠다고 결심했다.
▶ 세상 그 무엇보다 값진 열매
패턴 작업이 완벽하게 끝나자, 드디어 미리 봐두고 사놓은 원단으로 본격적인 셔츠 제작이 시작되었다. 친구들마다 각기 다른 디자인의 셔츠였기 때문에 봉제 순서도 다 달랐다. 자신의 디테일을 좀 더 부각시키기 위해 이리저리 다양한 시도를 하는 친구부터, 다루기 어려운 원단 때문에 조심조심 손끝의 감각을 곤두세워 작업하던 친구, 새로운 부자재를 사용하기 위해 여러 번 연습을 거치는 친구… 그렇게 모두가 다른 작업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작하는 기간 내내, 그 동안 하나의 모델로 모두가 같은 작업을 했을 때와는 달리 너나 할 것 없이 열정적으로 제작에 임했던 것 같다. 실물제작을 하면서도 원단의 특성이나 디테일 때문에 또 다시 수정을 해야 하는 일이 종종 발생했지만 잘 해결한 뒤 마침내 셔츠를 완성하는 모습에서 우리반 모두가 정말 짧은 시간에 많은 성장을 했음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 ON THE RUNWAY!
드디어 쇼를 위한 가장 마지막 단계 코디와 워킹 연습만이 남았다. 워킹 연습 전에 각 테마별로 모여 음악, 메이크업, 헤어 등 담당 대표를 뽑아 모두가 함께 음악, 메이크업, 헤어스타일을 조사해 테마와 가장 어울리는 것들만을 선정했다. 이러한 과정들이 이제껏 힘들게 완성한 셔츠를 보다 멋지고 아름답게 보여 지게 만들어 줄 수 있어서인지, 그 어느 때보다도 단합이 잘 이루어졌던 것 같다.
그렇게 코디네이션이 끝나자 워킹연습이 이어졌다. 1학기 평가주간 기간 특강에서 배웠던 워킹 수업의 기억을 되살려 한걸음 한걸음에 자신감을 싣고 걸어야 했지만, 처음에는 마냥 부끄럽고 어색해서 몸 둘 바를 몰랐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씩 지나면서 모두가 정말 런웨이 위의 모델이 된 것처럼 당당하게 워킹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 짧지만은 않던 런웨이에 어떻게 입장하고, 포즈를 잡고, 퇴장을 하는지에 대한 콘티를 짜면서 정말 많이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그러면서 그 동안 옷만 보기에 급급했던 다른 패션쇼들도 단순한 워킹에 옷만 보여주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치밀하게 짜여진 스토리가 있다는 것을 걸 알게 되었다.
▶ 찰나, 그 뿌듯함. 그리고 아쉬움
마침내! 최종 리허설이 끝나고 미니 데필레를 하는 순간이 오자, 장난기 서린 얼굴들이 정말 진지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쇼의 시작을 알리는 가장 첫 테마의 음악이 나오자 심장이 마구 곤두박질쳤다. 실수하지 않기 위해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어서인지, 정해놓은 방향으로 잘 나갔는지, 포즈를 잡던 시간이 적당했는지, 표정은 어색하지 않았는지가 정말 거짓말처럼 하나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각 개인마다 주어진 시간은 10초 내외. 하지만 그 찰나를 위해 준비해온 많은 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머리를 스쳐갔고, 정말 눈 깜짝할 순간에 모든 것들이 끝나버렸지만 가슴속에 요동치던 그 뿌듯함이란… 아직도 그 여운이 남아있는 것 같은 이번 미니데필레는 모두에게 일생일대 절대 잊혀지지 않는 최고의 순간으로 남을 것 같다. 막상 쇼가 끝나고 나니 '조금 더 열심히 해볼 걸'하는 아쉬움도 많이 생겼지만 미니 데필레는 앞으로의 우리 미래에 첫 단추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노력은 우리를 배신하지 않았고, 이제 앞으로 해야 할 또 다른 것들에게 겁먹기보다 먼저 달려가 도전 할 수 있을 것 같은 큰 자신감과 앞으로 더욱 더 성장 할 수 있는 큰 계기를 선물 받은 값진 시간이었다.
